정부가 취약계층의 노후보장을 위해 지난 5월 출시된 장애인 전용 연금보험의 판매 실적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제대로 된 위험률이 없는 상태에서 상품을 출시한 보험사들이 판매에 적극이지 않기 때문이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과 NH농협생명이 지난 5월 출시한 ‘더불어사는 KDB연금보험’과 ‘희망동행 NH연금보험’은 지난 8월 말까지 총 919건이 판매됐다.
생보사별로 보면 NH농협생명의 장애인 전용 연금보험은 739건이 판매됐고 KDB생명의 연금 보험은 180건에 그쳤다.
농협생명의 판매량은 상품 출시 후 첫 달인 지난 6월 320건을 기록했지만 7월 220건, 8월 153건으로 월 평균 100건씩 감소하고 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농촌지역에 네트워크가 풍부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전용 연금보험은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가입을 할 수 있는 전용 사적연금 상품이다.
하지만 정부의 출시 발표 당시부터 장애인 전용 연금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제시됐다. 장애인 사망률에 대한 통계가 부족해 위험률을 산출하기 어렵고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좋지 못하기 때문에 무리한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시장 논리를 무시한 채 입맛에 맞는 정책성 상품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보다는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금보험 한 전문가는 “과거 곰두리보험처럼 정부의 갑작스런 정책에 등 떠밀리듯 보험사가 정책성 상품을 판매한다면 백이면 백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보험사와 함께 협력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책성 보험 상품의 경우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농작물재해보험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험료를 지원해 농가 부담 보험료가 20%에 불과하다. 때문에 지난 2001년 도입 이후 12년만인 2013년 가입 농가 수는 2만2866호에 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성 보험의 경우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보험사들이 수익을 거두기 힘든게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해당 상품의 홍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