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전경련 회장 초석 다지기 인가, 출자총액제한제 로비를 위한 ‘힘’보태기인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3년 만에 전경련 회장단 모습에 얼굴을 비춘 속내를 두고 재계에서 말들이 많다.
김 회장은 지난 14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003년 9월 이후 전경련 행사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김 회장에게 참석 동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농담 반 진담 반’식으로 “(전경련의) 노조위원장을 할 생각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당초 이번 회장단 회의를 골프회동으로 하자고 열흘 전에 제안했다. 다른 회장들의 일정이 맞지 않아 10월에 갖기로 조율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행보에 그동안 전경련과 거리를 뒀던 김 회장의 심중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의 전경련 출현이 시기적으로 미묘한 때여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전경련을 이끌고 있는 강신호 회장(동아제약 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이면 끝난다. 강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연거푸 재신임됐지만 솔직히 재계 톱 3인 이건희 삼성회장, 정몽구 현대차회장, 구본무 LG회장 등이 고사를 한 까닭이 크다. 즉 '할 사람이 없어서’ 임시 방편격으로 회장직을 수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게다가 강 회장은 최근 황혼이혼을 했고 자식고 지분경쟁까지 벌이는 등 내부적인 처리해야할 시급한 현안들이 많아 전경련 회장으로서 제 임무를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에선 김승연 회장이 전경련 회장 출마를 선언한다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이 와중에 기자들에게 전경련에 노조를 만들어 노조위원장이 되겠다는 말까지 남겨 이 같은 추측에 무게를 실어 주었다. 공식적인 출마 발언은 아니지만 전경련 회장 출마를 앞둔 사전 여론 조성차원으로 해석된다.
대한생명 인수과정에서 정치권의 로비설로 인해 그동안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대놓고 출마선언을 하기보다는 한번 의중을 떠보는 식의 터 닦기에 들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전경련 회장보다는 ‘출총제 폐지’를 주장하는 전경련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기 위함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풀기 힘든 난제를 하나 떠 안았다. 출총제 앞에서 대한생명의 추가 지분인수라는 과제다.
최근 오릭스가 풋옵션을 행사해 대한생명 지분 17%를 한화가 떠 안아야 한다. 출종제 제한으로 (주)한화가 인수할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주)한화가 이미 대한생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출자총액제한제에 따라 순자산의 25%를 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인수할 수밖에 없다. 오릭스가 보유한 대한생명의 지분은 총 17%(1억2070만주)로 주당 순자산가치는 약 4400원내외고 인수규모만 5000억원을 넘어선다.
그러나 (주)한화의 순자산은 3조7000억원대로 출총제 제한인 25%를 기준으로 대한생명 지분의 총합이 9000억원 수준을 넘을 수 없다. 현재 (주)한화가 보유중인 대한생명의 장부가치는 7910억원으로 판명된 상태다.
따라서 추가적인 매수여력은 1300억원대로 봐야 한다.
결국 3000만주 정도의 인수만 가능하고 나머지 9000만주인 12%이상은 한화석유화학과 한화증권, 한화건설 등 나머지 5개 계열사들에게 떠넘겨야 할 판국이다.
문제는 계열사들의 자금여력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한화가 대생에만 올인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 회장은 대한생명 지분 인수로 금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마무리했지만, 기존 사업부문 투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김 회장의 입장에선 출총제는 껄끄럽지만 어쨌던 넘어야 할 산인 셈이다.
김 회장의 3년 만의 전경련 나들이는 침체된 회장단 회의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과 동시에 출총제 폐지를 요구하는 전경련에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전경련 회장단은 회의를 끝내고 “출자총액제한제가 폐지되면 6개 그룹에서 향후 2년간 에너지, 정보통신 등 총 10개 업종에 14조원을 더 투자할 수 있다”면서 정부를 향해 한마디 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의 한 임원은 “(김 회장의)전경련 참석은 개인적으로 결정하고 참석한 것으로 안다”면서 전경련 회장출마나 확대해석을 할 필요는 없다"며 "특히 김 회장의 ‘노조위원장’에 대한 발언은 농담이지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