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이 낳은 최고의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심각한 우울증 증세로 스스로 생을 마감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우울증이 21세기 인류를 가장 괴롭힐 질병이 될 것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 초에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2년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7년 새 36% 늘어난 59만1276명으로 집계됐다. 우울증 환자가 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인식이 퍼지며 자신만의 감옥에서 나와 진료를 받는 환자가 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우울증 환자를 웃게 할 항우울제를 두고 제약회사들의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항우울제 시장은 매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IMS의 최근 자료를 보면, 명인제약의 항우울제 ‘뉴프람’ 매출은 2013년 기준 전년 대비 48%가 늘었다. 정신 약물 전문기업 환인제약이 판매하는 ‘산도스’ 매출은 전년보다 무려 236%나 증가했다.
보건복지부가 2011년에 낸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6.7%에 달한다. 실제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1%에 머문다는 사실을 미뤄볼 때, 항우울제에 대한 잠재적 소비량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항우울제 시장 규모가 10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음에도 매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최근 국내 항우울제를 둘러싼 경쟁은 제네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 릴리의 블록버스터급 판매량을 기록한 항우울제 ‘심발타’에 대한 물질 특허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심발타의 국내 매출은 11월 누적기준 52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해인 44억원보다 약 8억원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정책으로 인해 항우울제 렉사프로, 스타브론의 약가가 32~33% 인하된 데 비해 심발타는 사용량 연동으로 인하율이 6%에 불과한 점도 호실적을 가능케 했다.
심발타 복제약 개발 선두주자는 대웅제약이다. 2012년 10월 국내 제약사 최초로 심발타의 주요 성분인 둘록세틴염산염에 생동성시험을 승인받았다. 이어 일동제약, 고려제약 등이 줄줄이 제네릭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가운데 고려제약은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품목 허가를 받으며 출사표를 던졌고, 지난 4월과 5월 15개 제품이 줄줄이 복제약 개발 허가를 받았다. 여기에 최근 환인제약과 LG생명과학까지 복제약 개발에 뛰어들며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가을 생동성시험을 승인받은 환인제약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으나 심발타의 특허가 8월에 만료된 만큼 올해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