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계 영리병원(투자개방형 병원) 1호로 관심을 모았던 제주 싼얼병원 사업계획서 승인이 취소된 가운데 정부가 영리병원의 유치를 위한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 후보였던 제주도 싼얼병원의 설립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 ‘1호 외국 영리병원’ 설립이 무산됐다. 정부는 신청 당시부터 여러 자격 논란을 빚었던 싼얼병원 설립을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 안건으로 올리며 무리하게 추진해 논란을 키워 많은 비판을 받은 받았다.
이번 결정에 따라 정부가 지난 2002년 영리병원 설립 근거를 담은 경제자유구역법(경자법)을 제정한 이후 지난 12년간 국내에서 설립된 외국계 영리병원은 한 곳도 없게 됐다.
이처럼 영리병원 유치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영리병원 개설 절차 등을 담은 시행규칙이 지난 2012년 10월 공포되는 등 법적 절차가 늦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 병원들이 들어올 만한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계 한 관계자는 “2002년 경자법이 통과되면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50%만 넘으면 설립이 가능했고 내국인 진료도 허용하도록 규제를 완화했지만 지금까지 세워진 외국계 영리병원이 없다는 것은 복지부의 규정 미비와 투자 실익 부족이라는 부분이 컸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인천 송도에 건립 의사를 보였던 뉴욕장로병원(미국 6대 종합병원)은 의사 1인당 연봉으로 20억~30억원을, 입원비는 1일 80만~120만원을 책정했다. 복지부에 이에 관한 규정이 없어 이렇게 책정한 것이었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선 부담이 컸고 결국 2008년 추진 의사를 포기했다.
존스홉킨스병원도 비슷했다. 이 병원은 복지부에 관련 규정이 없는 점을 악용해 ‘존스홉킨스 인천송도병원’이라는 간판을 다는 데만 200억원을 요구했다. 결국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는 국내 투자자를 찾지 못해 2011년 초 설립이 무산됐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제주도 및 경제자유구역에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유치 등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영리병원에서 국내 투자자를 확보하려면 이들이 투자할 만한 실익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복지부의 규정을 보다 정밀하게 다듬는 등 정책의 판을 완전히 다시 짜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