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IT산업은 국내 경제의 성장동력이 돼왔다. 하지만 이제 이런 성장동력도 옛말이 됐다. 해외 IT 기업들의 성장과 정부의 국내 시장 역차별이 한국 IT산업을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 정부 역차별에 ‘주저앉은 국내 IT 산업’
국내 IT산업은 2000년대 초까지 세계 1위라 자부할 만큼 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정부의 각종 규제로 불과 10여년만에 미국은 물론 중국에게도 IT와 관련된 각종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겼다.
2000년 국내 A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도입했지만 정부의 규제탓에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놓쳤다. 이후에도 UCC 생중계 서비스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놨지만, 각종 규제는 발목을 잡았다. 이 때문에 해외 진출은 고사하고 국내 동영상 시장도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결국 구글 유튜브에 동영상 시장을 빼앗겼다.
뿐만아니라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된 2009년 국내 앱스토어에서는 모바일 게임을 다운로드 할 수 없었다.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모바일 게임의 등급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계정을 만들어야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이 때문에 국내 게임 업체들은 모바일 게임 시장 대응에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핀란드의 ‘앵그리버드’가 전 세계 게임시장을 뒤흔들때 국내 업체는 웹보드게임 규제에 묶여 발버둥쳤다.
이런 역차별 속에 글로벌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까지 늘려가고 있다. 국민 모바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과 대중 게임 넷마블 등에는 경쟁사인 중국 텐센트의 자금이 투입되기도 했다.
◇ 미·중 글로벌 공세 가속… 한국은 뒷 걸음질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자랑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시가총액도 아시아 최고 IT기업으로 군림했던 삼성전자는 물론 터줏대감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모두 제쳤다.
미국과 중국의 IT산업 주도를 예견했지만 실질적인 대비책을 갖추지 못한 국내 기업들은 뒷걸음만 치고 있는 형국이다.
2분기에 어닝쇼크를 겪었던 삼성전자는 3분기에 ‘2차 어닝쇼크’를 예고하고 있다. 같은 그룹 내 계열사인 삼성증권이 22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을 4조7000억원으로 전망하면서 실적 둔화 시그널을 내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달 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5조7000억원으로 예상한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에 무려 1조원이나 하향조정했다.
LG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부 증권사에서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지만, 이도 전적으로 전략스마트폰 ‘G3’에 의존한 수치다. 오랜만에 상승곡선을 탄 스마트폰 사업도 중국 저가폰 공세에 기지개를 마음껏 켜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 사업 이외에 글로벌 인터넷 시대로 뛰어들며 자신있게 내걸 수 있는 사업도 뚜렷하지 않다.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국내 전자업계를 주름잡았던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경쟁력을 소진하고 있다.
중국기업 화웨이가 최근 ‘글로벌 인터넷 연결지수’ 보고서를 자체적으로 발표하며 “전 세계 인구의 30% 이상이 화웨이에서 만든 제품과 솔루션을 통해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큰 소리친 것과 비교했을 때 국내기업의 현주소는 초라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