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김모(52)씨는 돈은 무조건 정기예금에 저축해야 한다는 ‘안전 제일주의’였다. 그러나 최근 금리가 거의 바닥까지 떨어지며 저축을 해도 손에 남는 것이 없자 다른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다. 김씨는 “초저금리 시대에 들어서며 일정 부분 리스크(위험성) 없이는 수익이 남지 않는다”며 “최근 증권사 상품,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처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초(超)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며 다양한 투자처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개인투자자 잡기에 나섰다. 각 증권사들은 각 투자자별 니즈에 맞는 차별성 있는 대안 투자 상품을 내놓고 재테크족들을 유혹하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저금리 효과로 상품운용 수익이 증가하며 증권사의 순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61개 전체 증권사들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27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7% 증가했다.
특히 대형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7개사의 2분기 상품운용수익은 2108억원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였다.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 지난달 발행액이 사상 두 번째를 기록했고 해외 지수형 ELS 발행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한 증권사 환매조건부채권(RP) 특판에도 매주 1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리고 있으며 하이일드채권, 공모주, 배당주 관련 상품도 투자자들이 최근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이 같이 증권사들의 상품운용수익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이 초저금리 시대에 기대수익률을 충족할 곳으로 은행권 대신 증권가를 택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투자 위험도가 다소 높더라도 0.01%포인트라도 금리를 더 주는 증권가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홈쇼핑에서나 볼 수 있던 ‘5분 완판 상품’까지 등장했다. 대우증권의 ‘몽골 무역개발은행 사모펀드’와 ‘특별한 환매조건부채권’, 신한금융투자의 ‘세이프 공모주랩’ 등이 판매를 개시한 지 5분 만에 판매가 완료되며 이 같은 현상을 체감케 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한 이처럼 증권가 상품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 증권사들은 어떤 상품을 내놓고 있을까.
우선 증권사들은 베이비붐 세대를 시작으로 본격 은퇴가 진행되며 안정적인 노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연금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나대투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각각 신규 연금브랜드 ‘행복 노하우(Knowhow)’와 ‘연금저축계좌’를 판매한다. 삼성증권 또한 차별화된 퇴직연금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발한 확정급여 채무평가 시스템인 ‘POP Value On Ⅱ(팝밸류온Ⅱ)’를 통해 퇴직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절세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는 상품도 있다.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대부분의 소득공제 항목들이 세액공제로 전환되며 ‘13월의 월급’ 연말정산 환급액을 추가로 납부하는 사례도 늘어남에 따라 절세 효과를 극대화한 상품을 내놓았다. 우리투자증권의 연금저축펀드과 소장펀드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의 배당 활성화 정책으로 고배당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배당주 관련 상품도 내놓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배당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배당소득 증대세제와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신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KDB대우증권의 ‘KDB대우 배당성장지수랩’이 대표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주식-재)’ 펀드를 운용 중이다.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인 CMA로 고객 유치에 나선 곳도 있다. 단기투자를 목적으로 한 투자자를 잡기 위해서다. 지난달 말 기준 CMA 잔고는 44조6577억원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이후 43조원까지 빠졌던 CMA 잔고가 투자자들의 단기투자를 위한 자금이 몰리며 다시 늘어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CMA R+ 신한카드’를 출시했으며 현대증권은 ‘현대 able CMA’를 결제 계좌로 사용하는 체크카드 ‘에이블(able)카드’를 선보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초저금리 시대를 넘어서 이제는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예상되는 시기”라며 “은행권의 자금이 금융투자업계로 넘어오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도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