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술금융, 은행이 먼저 나서라 - 김민지 금융시장부 기자

입력 2014-09-2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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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금융권 보신주의 타파 주문과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연일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별 기술신용대출 실적을 공개하면서 은행간 경쟁까지 부추기는 양상이다. 기술금융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되레 부실만 키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기술금융 추진현황 자료를 공개하면서 금융기관이 여전히 담보나 보증 위주의 보수적인 자금지원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질적인 담보 위주 대출은 한국 금융산업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금융권 대출 중 담보대출 비중은 39%대에서 44%대로 확대됐다. 반면 신용대출 비중은 50%대에서 42%대로 축소됐다.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 비중도 83%대에서 73%대로 줄었다.

신용과 기술에 근거한 대출로 전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고 그런 점에서 금융당국의 기술금융 독려는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기술금융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고 잠재부실 가능성도 크다. 금융회사 직원의 면책을 확대하고 기술금융 성과를 독려하는 것만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은행별 실적을 공개해 기술금융 강화를 유도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논리는 그 자체가 관치(官治)적 발상일 수 있다. 결국 어느 은행이 얼마나 기술금융 실적을 올렸는지 보겠다는 것인데, 기술금융 실적 경쟁을 하다 은행권 전체가 부실화될 공산도 크다. 현재로선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회사가 지금보다 훨씬 수준 높은 대출심사, 위험분석, 신용평가, 사후관리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실적 경쟁을 부추기기보다 스스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방법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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