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원이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기업 생태계의 뿌리가 ‘인재’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우수한 인력을 길러내는 것이 결코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달부터 하반기 인재 모시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인재경영을 다시 한 번 견고히 다지기 위한 행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채용은 기업들의 또 다른 중대한 도전”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올 하반기 대기업들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인재를 채용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상위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 신규채용 계획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규채용 규모는 ‘작년과 비슷하다’는 응답이 58.3%, ‘작년보다 감소한다’ 28.6%, ‘작년보다 증가한다’ 13.1%였다.
삼성그룹은 올 하반기 약 50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총 900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았던 삼성은 올 상반기 3500명 정도를 이미 채용했다. 지난 8월 말 하반기 공채를 가장 먼저 시작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하반기 3430명을 채용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상반기 5310명을 뽑았다.
SK그룹, LG그룹은 하반기 각각 1000명, 20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이외에 롯데그룹(1000명), GS그룹(1600명), 한화그룹(500명) 등이 하반기 공채를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들 그룹은 다음달 인적성 검사를 거쳐 인재경영의 새로운 ‘알곡’들을 곳간에 채우게 된다. 삼성그룹은 다음달 12일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진행하고, 현대차그룹은 다음달 18일과 11월 8일 두 차례에 걸쳐 인적성검사(HMAT)를 실시한다. SK그룹은 다음달 19일 인적성검사(SKCT)를, LG그룹도 다음달 초 LG웨이핏테스트를 실시한다.
한편, 기업들이 채용 못지않게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바로 ‘인재 양성’이다. 인재를 어떻게 키워서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백년대계가 결정되는 만큼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삼성그룹은 경영 이념인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에서도 뿌리 깊은 인재경영을 엿볼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의 어록 중 20년 전 강조한 “우수한 사람 한명이 천명, 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은 삼성그룹이 핵심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 데 얼마나 많은 힘을 쏟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그룹은 신입사원 입문교육부터 일련의 양성과정을 통해 직급이나 업무 특성에 맞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역 전문가 양성은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인재 육성제도다. 이를 통해 삼성그룹은 지난 20여년간 5000여명의 글로벌 전문인력을 양성했다.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R&D),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하는 해외법인 인력 순환 근무 프로그램은 글로벌 경영체제를 확립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사회적기업 활성화 방안을 인재에서 찾는 등 ‘인재보국’의 경영철학을 다양한 분야에서 실천하고 있다. SK그룹이 사회적기업 인재 양성에 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사회적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이 분야 전문가 양성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인재 확보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구 회장은 2012년부터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다. 구 회장은 매년 ‘LG 테크노 콘퍼런스’에 참석, 국내외 이공계 석·박사급 연구개발(R&D) 인재들을 대상으로 그룹 비전과 경영 철학을 소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