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잘 버는 기업일수록 기부에 더욱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30대 기업은 올 상반기 24조93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48조4280억원의 52%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올해 들어 내놓은 기부금은 3681억원으로 지난해 1조443억원의 3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30대 기업의 영업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지난해 3%대에서 2%대로 크게 떨어졌다.
특히 전반적인 영업익 감소 추세 속에서도 탄탄한 영업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들이 기부에 더욱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턴어라운드하면서 3조2151억원의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회사 재무제표상 기부금 계정에 잡혀 있는 금액은 29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SK하이닉스는 2조9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지만 기부금은 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0%에 가까운 셈이다.
현대글로비스도 계열사의 도움으로 고속 성장하고 있지만 기부금 내역은 초라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12년과 2013년 각각 4229억원과 4044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하지만 기부금 계정에는 영업이익의 1%가 되지 않는 20억원과 39억원이 각각 잡혀 있다. 올해 들어서도 현대글로비스는 6월말 기준 202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탄탄한 실적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기부금은 3억원이 고작이다.
SK C&C도 벌어들인 이익을 고액 배당에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기부금은 인색한 수준이다. SK C&C가 2012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5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기부금은 55억원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도 기부금에 대해서는 ‘짠돌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 3252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지만 기부금 계정은 6억원에 머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올해 상반기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반기보고서상 기부금 계정을 찾기가 힘들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각각 39억원과 54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재무제표에 잡혀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KT는 대규모 적자 속에서도 매년 일정한 비율의 기부금을 유지하고 있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87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237억원에 이르는 기부금을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한해 내놓은 기부금 28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KT도 올해 들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했지만 321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30대 기업 중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한편 국내 30대 기업 중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내놓은 곳은 삼성전자로 1685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