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2만명, 매출액 1248억원 ‘아바타’는 난공불락이었다. 하지만 ‘명량’의 놀라운 흥행세에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 개봉 첫날부터 흥행기록으로 시작하더니 상영하는 내내 한국영화의 흥행사를 써 내려간 ‘명량’ 1700만 흥행의 일등주역은 바로 이순신역으로 관객을 극장 앞으로 다가오게 한 최민식(52)이었다.
“너무 과분하다. 진짜 실감이 안 난다. 무슨 일인가 싶다. 경이로운 기록에 대해 아직 체감을 못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다. 기쁘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 작업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얼떨떨할 것이다. 이런 결과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1700만을 돌파하며 ‘명량’으로 한국영화의 흥행사를 새로 쓴 최민식, 그는 분명 우리 시대 성공한 배우다. 그것도 역사가 기억할 배우다. 최민식, 그의 성공비결은 뭘까.
최민식은 연극 무대를 통해 연기자로 첫발을 뗀 뒤 지난 1988년 영화 ‘수증기’로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 2014년 ‘명량’에 이르기까지 30여년간 연극과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대중의 가슴에 의미의 파장을, 그리고 감동의 파도를 일으켰다. 고교시절 연기자로 진로를 정한 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며 틈틈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에 진출해 활동영역을 넓혔다. 1989년 드라마 ‘야망의 계절’에서 남성성이 강한 꾸숑으로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심었고 1994년 ‘서울의 달’에선 순박한 시골 청년역으로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영화 ‘넘버3’ ‘조용한 가족’ ‘쉬리’ 등을 거치며 영화배우로서 그만의 연기자로서의 성을 굳건하게 쌓아 나갔다. 그리고 ‘해피엔드’ ‘취화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명량’까지 일상성과 강렬함의 극단을 오가는 최민식표 선 굵은 연기의 문양을 드러내며 대중이 진정으로 인정하는 연기자가 됐다.
30여년간 작품 활동을 하면서 최민식은 관객과 전문가에게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를 부여받았다. ‘명량’의 흥행세가 거침없던 지난 8월 20일 최민식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 ‘루시’의 감독 뤽 베송이 내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뤽 베송 감독은 이날 최민식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재능 때문이다. 최민식은 예전부터 존경했던 배우이고 같이 작업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민식의 성공 비결이 뤽 베송 감독의 이 말에 담겨 있다. 최민식의 연기파 배우로 성공한 데에는 천부적인 재능이 큰 힘을 발휘했다.
최민식은 천부적 재능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 창출력과 연기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명량’의 김한민 감독 역시 “최민식은 천재적인 연기감뿐만 아니라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이 있다”고 말했다.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은 최민식을 두고 “주름도 연기가 되는 배우”라고 했고, ‘해피엔드’의 정지우 감독은 “정지 동작을 찍어도 감정선이 살아 있는 배우”라고 했다. 연기의 테크닉을 뛰어넘는 연기를 펼치는 것은 바로 천재적 재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최민식표 연기의 원동력이 천부적인 끼 그리고 천재성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최민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난 한 번도 영화든 드라마든 촬영장에 늦게 간 적이 없다. 현장에 먼저 나가 감독, 스태프들과 인사도 나누고 현장의 상황이나 분위기를 파악한다. 연기의 동선도 살펴본다. 촬영이 시작되면 곧바로 연기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연습한다.” 천부적인 끼도 이러한 철저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민식은 “드라마 극본이나 영화 시나리오가 나오면 감독이나 연출자와 수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연구한다. 감독, PD와의 오랜 대화와 나름의 고민, 해석을 통해 캐릭터를 조형하고 구축한다”고 했다.
“감독한테 자꾸 다른 테이크를 해 보고 싶다고 제안하는 배우만큼 만족스러운 게 없다. 배우가 그만큼 연기에 몰입하고, 잘하려고 노력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최민식이 다르게 연기해 보겠다고 할 때 정말 좋았다”는 뤽 베송 감독의 전언은 최민식의 노력과 열정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민식의 성공비결은 공동 작업인 영화나 드라마, 연극에서 스태프와 감독, 작가의 역할을 철저히 존중하며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협업을 잘한다는 것이다. 일부 스타들은 연기자라는 본분을 넘어 캐스팅에서부터 감독, 작가, 스태프의 역할까지 침범해 작품을 망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에 비해 최민식은 연기자로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 감독이나 작가의 역할을 철저히 존중한다. “감독이나 연출자와 의견이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늘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으려 노력한다. 만약 최종적으로 접점이 나오지 않을 경우 감독 의견에 따른다.”
관객과 시청자가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배우라고 인정하는 최민식, 그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자존감이 있는 배우라고 했다. 그는 말한다. 늙어서도 폼나게 연기하고 싶다고. 자신이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는 연기자의 삶을 욕되지 않게 자존심을 지키며 연기를 오래하고 싶단다. 최민식이 출연한 영화를 본 수많은 관객들은 최민식의 바람이 이뤄지길 기원하면서 가슴에 “최민식은 대단한 배우이고 역사가 기억할 명배우”라는 사실을 새긴다. 그래서 최민식은 가장 큰 성공을 이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