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후 10년 만에 담뱃값 인상 발표를 앞두고 담배업계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분주하다. 담뱃세 인상이 흡연율 낮추기에 명분을 둔만큼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지만, 담배 소매가격과 함께 출고가 인상의 기회를 잡을 수 있어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
정부는 11일 경제관계장관회의 후 담뱃값 인상 방안이 포함된 ‘종합 금연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년간 2500원에 묶여 있는 담뱃값의 인상 폭은 1000~2000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담뱃값 인상폭이 결정되면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가 모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담배세 인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담배업계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세금이 늘어나는 것이지 담배값이 오르는 것은 아닌데 업체들이 이익을 챙긴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정부가 추진하는 담뱃값 인상은 담배에 붙는 세금을 올리는 것”이라며 “담배 회사에게는 이익이 돌아오는 것이 없는데 마치 담배회사들이 이익을 취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업계는 10년 만에 현실화된 담배값 인상이 일단 ‘악재’라고 입을 모았다. 담배세가 늘어나면 담배가격이 상승하지만 실제 출고가가 인상되는 것은 아닌 탓에 담배회사가 추가적으로 더 버는 것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또 이번 인상이 금연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고가 담배로 인해 흡연율이 감소하면 매출 하락까지 불가피해진다는 것.
KT&G 측은 “담배세 인상율과 인상이 흡연율을 얼마나 낮출지에 대해 예상하기가 쉽지 않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소비자 저항이 심해 담배 출고가 인상이 쉽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담배세 인상을 계기로 출고가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담배세가 인상되면 흡연율 저하에 따른 매출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출고가 인상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세수확보 차원에서 담배세를 인상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담배회사의 가격 인상을 막을 명분은 없다.
증권가에 따르면 KT&G의 경우 흡연율이 줄지 않는다는 전제로 담배 출고가를 50원 인상하면 영업이익이 약 10%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담배세가 인상돼 담배 매출이 줄더라도 수익성 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박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담배세 인상에 따라 KT&G가 담배 소매가격과 함께 출고가를 인상할 경우 영업이익 역시 확대되며, 향후 구조적인 실적 성장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담배세금이 다소 높게 책정되더라도 담배가격이 소득대비 낮은 점을 감안하면 판매량 감소가 제한적이고 재고에 대한 평가이익이 부정적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라며 “담배값 인상은 주요 업체 KT&G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