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 동안 묶여 있던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면서 서민 증세 논란이 불붙고 있다.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당초 ‘증세 불가’ 방침을 깨고 ‘우회 증세’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는 11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담뱃값 인상 등을 포함한 ‘종합금연대책’을 공식 발표한다. 이달 초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흡연율을 낮추려면 담뱃값을 4500원 정도로 올려야 한다”고 밝혀 현재 2500원인 담뱃값은 1000원에서 최대 2000원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담뱃값 인상이 서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담뱃값 인상이 사실상 담배가격을 구성하는 각종 담뱃세를 올리겠다는 의미다. 담배가격은 제조원가및 유통 비용 외에 담배소비세(641원),국민건강증진부담금(1갑당 354원), 지방교육세(321원), 폐기물 부담금(7원) 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담뱃값을 1000원 인상하면 향후 5년간 연평균 2조5000억원 가량의 세입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세수진도율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포인트나 낮아 약 8조5000억원 가량 세수결손이 발생한 지난해와 같은 세수부족 사태를 피할 수가 없게 된다. 정부가 국민건강을 앞세워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손쉬운 증세수단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임기 내에 증세(增稅) 카드를 꺼내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담뱃세 인상 배경을 ‘세수확보’라 보고 있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우리나라 남성 흡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이고 청소년 흡연인구도 걱정되지만 담배가격은 너무 낮은 수준”이라며 “현재 담뱃값 인상은 국민 보건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담뱃값이 오르면 국민건강증진기금과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가 모두 인상되는 데다,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까지 추진되고 있어 서민증세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또 오는 12일 전국평균 1인당 4620원 선인 주민세를 2년에 걸쳐 1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도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이라지만 증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간접세인 지방세를 올려 실질적으로 소득이 낮은 서민들에게 세금 부담을 지우려는‘꼼수 증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보건복지부 통계상 2011년 하위소득층 여성의 흡연율은 담뱃값 인상 이듬해인 2005년의 8.5%보다 2.7%나 증가한 11.2%로 흡연율이 오히려 상승했다”며 “오래 살 가능성이 가장 낮은 사람들을 복지재원 마련의 1차 증세 대상으로 삼아 복지비용청구서를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고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