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아라?

입력 2014-09-04 08:06 수정 2014-09-0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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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의 직격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아라?

추석이다. 올해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加也勿 減也勿 但願長似嘉俳日)’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는다. 너무 일찍 찾아온 여름 추석 때문만은 아니다. 한가위를 입에 올리기조차 힘든 처지인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갖고 개혁의 경장(更張)을 다짐하던 2014년의 갑오년의 벽두는 사건 사고공화국의 오명으로 시작됐다. 대학생으로서 첫발도 떼지 못한 채 대학 신입생들이 숨졌다. 지난 2월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내려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했던 부산외대 학생 9명과 이벤트 회사 직원 1명이 숨진 것이다. 그리고 대학 신입생 유가족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수많은 고등학생 등이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지는 충격과 경악의 대참사가 일어났다. 4월16일 세월호 대참사다.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 등 294명이 목숨을 잃고 실종자 10명에 달하는 형언할 수 없는 비극이었다. 실종자 가족은 아직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차가운 길거리에서 농성 중이다.

군대에서도 너무도 귀한 젊은 군인들이 무자비한 폭행과 사고로 생명을 잃었다. 임모 병장이 지난 6월 21일 오후 8시 15분쯤 고성군 22사단 GOP에서 동료 병사를 향해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당했다. 28사단 윤모 일병은 선임병들에 의해 잔혹하게 폭행을 당해 숨을 거둬 유가족뿐만 아니라 군대를 보낸 부모, 그리고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라는 유가족의 절규가 여전히 거리를 메운다.

사건사고로 인한 인명 참사뿐 아니다. 경기침체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퇴출되는 직장인들과 취업난으로 기업의 문턱조차 밟지 못한 청년 실업자들, 구직 노력을 기울이다 좌절해 직업을 포기한 젊은이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수많은 대학생들은 엄청난 등록금으로 인해 수업보다는 알바 현장에서 고된 시간을 보낸다.

자살자가 인구 10만명당 29.1명으로 OECD 평균 12.1명보다 17명이나 많은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에서 알 수 있듯 힘든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거리를 배회하는 것마저 포기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암울한 현실 풍경은 역설적으로“작년에는 보리농사도 벼농사도 망쳤으니, 유랑하는 백성들 의지할 곳 없는 것이 불쌍하네. 가을걷이 풍성하여 이제야 집집마다 배부름을 알겠으니, 달 밝은 데 자주 길가의 노랫 소리를 듣네(去年無麥又無禾 坐憫流氓失撫摩 秋熟始知盧舍飽 月明頻 聽路衢歌)”이안눌(李安訥)의 ‘동악선생집(東岳先生集)’ 실린 한시의 한가위 모습이 부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 한시를 이렇게 고치고 싶다. “탐욕스러운 기업과 관료, 정치인 그리고 무능한 정부로 인해 수많은 사람 소중한 목숨마저 잃고 고통과 절망에 시름 겨워하니, 국민들 의지할 곳 없는 것이 처량하고 고달프기만 하네. 부정과 비리, 문제들 단호하게 해결하고 국민에게 다시 일어설 희망주니. 달 밝은데 자주 길가의 행복의 노래 소리를 듣네”

사건사고 공화국, 2014년의 대한민국이지만 그래도 삶은 지속된다. 가난한 이웃에게 음식을 나누고,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을 잊지 않은 것이 우리네 한가위 풍경이다.

그러기에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한 고통과 시름, 그리고 슬픔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용기를, 희망을 얻도록 손을 내밀어야한다. 이들에게도 한가위의 풍성함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대통령에서부터 정치인, 기업가 그리고 국민이 노력해야한다. 그래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1%의 입에서 뿐만 아니라 99%의 이 땅의 국민 대다수 입에서 나올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이 한가위 보름달 아래서 진정으로 행복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절망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희망으로 삶의 현장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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