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 국정감사에서는 금융당국에 대한 질타가 어느 때보다 집중적으로 쏟아질 전망이다. KB금융 경영진에 대한 징계 번복을 비롯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 금융권 보신주의 등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가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사안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KB금융 경영진에 대한 징계 번복 문제다. KB금융은 주전산시스템 교체 갈등,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기금 채권 횡령 등 연이은 사고로 금감원으로부터 대규모 징계를 받았다.
금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이는 당초 사전 통보했던 중징계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징계 이후에도 이건호 행장이 지주와 은행 전산담당 임원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갈등이 지속되자 금감원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KB금융 갈등 사태가 지속되자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한 징계 결정를 미루고 있는 최수현 원장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원장이 최종 징계 양형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지난달 29일 금융노조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감에서 KB금융과 국민은행 등의 경영진을 반드시 증인으로 소환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해 금융당국과 경영진에 대한 강도 높은 질타가 예상된다.
가계부채 문제도 국감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경제활성화를 위해 LTV와 DTI를 완화하고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기업·외환 등 7개 주요 은행 주택대출 잔액은 규제 완화를 시작하기 전인 7월 말 297조7000억원에서 지난달 28일 301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집계한 회원국 가계부채(비영리법인 포함) 증가율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연 평균 8.7%에 달했다. 이는 칠레(11.9%) 등 일부 회원국과 함께 OECD 상위권
에 속하는 수준이다.
특히 야당 측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LTV와 DTI 규제 완화에 대한 입장을 번복한 점을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 위원장은 LTV와 DTI 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지만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의 규제 완화 발언 이후 “LTV 규제 완화는 가계부채 문제가 안정화되고 주택담보대출 구조의 질이 개선된 이후에 점진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실세 부총리의 말 한마디에 금융당국 수장이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처사”라며 “LTV·DTI 규제를 완화한다면 금융위원회 수장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금융권 보신주의에 대한 질타도 쏟아질 전망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금융권 보신주의 타파를 주문한 이후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서민금융·기술금융 등에 대한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간 극심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를 위한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도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다. 아울러 주요 금융권 수장 인사가 마무리되고 있는 것과 달리 8개월째 공석인 주택금융공사 사장 선임 문제도 이번 국감에서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