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재벌2세-가난한 여성 '사랑공식' 깨졌다

입력 2014-09-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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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지티엔터테인먼트, CJ E&M, 제이에스픽처스)

“저 사람이 내 사람이다. 저 사람이 내 애인이다. 왜 말을 못하냐고!” 이는 지난 2004년 시청률 50%에 육박한 박신양, 김정은 주연의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 명대사다. 재벌 남자 주인공과 가난한 여주인공의 구도라서 가능했던 이 대사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있다. ‘F4’라는 신조어를 양산한 KBS 2TV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2009년 방영 당시 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며 인기를 모았다. 구준표 역의 이민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금잔디 구혜선은 청순가련형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 ‘청춘의 덫’, ‘가을동화’, ‘이브의 모든 것’, ‘천국의 계단’, ‘발리에서 생긴 일’, ‘불새’, ‘황태자의 첫사랑’ 등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인기 드라마의 공식은 재벌과 가난한 여주인공의 사랑이었다.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확산시킨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흥행 공식은 한동안 계속됐으며 평범한 사람이 대부분인 시청자에게 대리 만족의 요소로 작용했다.

여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은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대한 반감을 불러 일으켰고, 더 이상 재벌 남자 주인공에 대한 환상을 원하지 않는 시청자들이 급증했다. 이에 드라마는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가난하고 평범한 여자가 아닌 지적이고 사회적 지위를 갖추고 있는 여자 주인공을 탄생시키기 시작했다. 반대로 남성 재벌 캐릭터 역시 자취를 감췄다.

(사진 = SBS)

최근 수목드라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SBS ‘괜찮아 사랑이야’ 속 지해수 역의 공효진은 능력 있는 정신과 의사다.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 장재열(조인성)은 그 재력에 있어 과거 재벌 캐릭터와 대동소이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다는 점과 지해수의 도움을 받는다는 수용자적 입장에서 차이점을 갖는다. 또 과거 재벌 캐릭터들과 달리 드라마에서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그나마 스토리나 등장인물의 성격에 있어 ‘클래식’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SBS 월화드라마 ‘유혹’의 경우에서도 더 이상 재벌 남자 주인공과 평범한 여자 주인공의 구도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완벽남 강민우(이정진)의 존재가 뚜렷하지만 남자 주인공은 돈이 없어 10억에 자신을 파는 차석훈(권상우)이다. 오히려 차석훈을 돈으로 사는 유세영(최지우)으로 재벌의 성별이 바뀌었다. 이외에도 KBS 2TV ‘연애의 발견’ 에릭은 인테리어 회사 대표이며 tvN ‘아홉수 소년’ 김영광은 여행사 직원에 불과하다. 김진호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은 더 이상 드라마를 통해 환상을 좇지 않는다. 보다 현실적인 드라마 스토리 구성이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소재가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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