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FC, 비디오 판독제 도입...'신의 한 수 vs 최악의 자충수' 시끌

입력 2014-09-02 15:49 수정 2014-09-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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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지난달 30일에 열린 '로드FC 018'은 판정논란으로 얼룩진 불운의 대회였다. 이에 안팎으로 시끄러워진 로드FC는 급기야 격투기 사상 초유의 비디오 판독제 도입이라는 무거운 결정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로드FC 심판위원장이자 선수인 장덕영(36) 선수와 일본의 이레이 노부히토(29) 선수의 경기였다. 이레이 선수는 경기 내내 입식 타격과 그라운드 방어에서 장덕영 선수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판정에서 장덕영 선수에게 패하며 쓸쓸하게 링 위를 떠났다.

장덕영 선수가 로드FC 심판위원장이기 때문일까, 경기가 끝난 후 관중석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야유와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퇴장하던 장덕영 선수 역시 이를 의식한 듯 관중석을 향해 위협적인 말투로 욕설을 내뱉었다.

이 같은 로드FC 판정에 대한 비난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거셌다. 지난 2월 '로드FC 014'에서 개그맨 윤형빈과 경기를 가졌던 일본의 타카야 츠쿠다(22)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SNS를 통해 "오늘 제 선배인 이레이 선수가 로드FC에서 경기를 했지만, 이해가 안 되는 판정으로 졌다. 이런 판정은 한국 격투기를 망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로드FC 정문홍 대표 역시 판정이 끝난 후 SNS를 통해 "장덕영 선수가 열심히 싸운 건 인정하나 말도 안 되는 판정이다. 이건 최악이다. 이런 판정은 열심히 싸워준 상대 선수에게도 허무하겠지만, 장덕영 선수와 로드FC, 나아가 한국 격투기 어느 쪽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다음 날인 31일, 로드FC 측은 판정을 뒤집는 악수를 둔다. 로드FC 측은 공식 SNS를 통해 "로드FC 018의 심판진은 판정 결과를 번복합니다. 로드FC 018대회 제2경기 장덕영 선수와 이레이 노부히토의 판정 결과는 이레이 노부히토 선수의 승리"라고 밝혔다.

세계 최고의 이종격투기 단체인 UFC의 데이나 화이트 사장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심판의 판정이 여론에 밀려 동전 뒤집듯 바뀐 것이다. 로드FC는 미숙한 판단으로 단체의 권위를 스스로 끌어내린 셈이 됐고, 평소 로드FC를 못마땅하게 보던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가지가지 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로드FC 측은 이어 "앞으로 대회가 종료된 후 48시간 이내에 선수 측에서 판정이의 신청을 할 경우, 심판진은 3일 이내에 사후 비디오 판독을 통해 판정에 대해 재심의를 할 것"이라고 비디오판독제의 도입을 예고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제는 격투기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양날의 검으로 통한다. 좀 더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심판 고유의 영역을 침범하고 심판의 권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로드FC는 그동안 이른바 '애국마케팅' '떡밥매치' '연예인양성' 등 많은 비난 속에서도 꿋꿋이 국내 최고의 격투단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점을 돌아 성장통을 겪고 있는 로드FC가 꺼내 든 비디오 판독제가 '신의 한 수'가 되어 전 세계 격투기 규범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지, 혹은 반대로 '최악의 자충수'가 되어 로드FC를 깎아내릴 수 있는 꼬투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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