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는 주문 실수로 파산 위기에 처한 ‘한맥투자증권 사태’ 이후 파생상품시장의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내달부터 실시간 가격제한 및 착오구제제도를 도입한다. 이와 함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식선물시장의 기초자산이 확대되고 장기 결제월이 도입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6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파생상품시장 발전 방안' 후속조치로 9월 1일부터 파생상품시장의 결제안정성 제고 등을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고 28일 밝혔다.
◇실시간 가격제한…착오성 주문 구제 가능=우선 파생상품시장에는 실시간 가격제한제도가 새롭게 도입된다.
실시간 가격제한제도는 주문 체결 시마다 직전 체결가격을 기준으로 실시간 상ㆍ하한가를 설정하고, 이후 접수되는 실시간 상한가 초과의 매수호가와 실시간 하한가 미만의 매도호가 접수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호가 접수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에 가격이 급변할 가능성이 적다.
파생상품시장의 시장가호가나 최유리지정가의 가격이 실시간가격제한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해당 호가는 실시간상한가 또는 실시간하한가의 지정가로 전환된다.
적용 상품은 △코스피200선물 △코스피200옵션 △주식선물(이마트선물은 제외) △3년국채선물 △10년국채선물 △미국달러선물 △유로선물 △엔선물 등 총 8개다. 적용되는 실시간 상ㆍ하한가는 직전 체결가격에 가격변동폭을 가감해 산출하며 상품에 따라 0.5~3%까지 다양하다.
거래소는 또한 대규모 착오거래가 발생했을 때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회원의 착오거래구제 신청이 있고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에 한해 당사자간 합의 없이 거래소가 체결가격을 정정함으로써 착오거래를 구제할 수 있다.
다만 시장의 안정성을 담보하고 제도의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계좌별 상품별 손실액이 100억원 이상이 되는 등의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구제가 가능하다.
착오거래 구제 제한 범위를 초과하는 체결 건은 범위의 상단가격을 초과하는 체결가격의 경우 상단가격으로, 범위의 하단가격 미만인 체결가격은 하단가격으로 정정한다.
파생상품시장의 협의대량거래제도가 개선되고 장기결제월물의 상장도 가능해진다. 협의대량거래가 가능한 상품은 현행 3년국채선물과 통화선물에서 코스피200선물, 코스피200옵션, 주식선물, 미니금선물까지 확대된다.
또한 거래소는 코스피200선물ㆍ옵션의 경우 최장 3년까지 장기결제월물을 상장해 결제월 부족으로 장외에서 거래하는 수요를 장내화시킬 계획이다. 코스피200옵션 행사가격 설정 범위도 확대된다.
김도연 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는 "이 같은 제도는 결제 안전성 때문에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며 "다만 제도개선으로 주문의 거부, 체결내역 정정으로 인한 손익 변경 등은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므로 거래 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선물 기초자산 확대=거래소는 내달 15일부터 주식선물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식선물 기초자산을 확대하고 장기결제원을 도입한다. 또한 시장조성 제도를 대폭 개선해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할 예정이다.
주식선물의 기초자산은 기존 25종목에서 60종목으로 늘어난다. 현대모비스, 삼성생명, LG화학 등이 신규로 상주식선물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거래소는 주식선물 종목간에 유동성 격차가 생기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매년 7월 정기적으로 선정기준을 충족하는 기초자산을 추가 상장하고 선정기준 미달 종목은 상장폐지할 방침이다.
아울러 현행 통화선물 및 3년 국채선물에 한정된 협의대량거래 대상을 확대한다. 거래 당사자간 종목, 가격, 수량 등 협의된 조건으로 거래소에 거래를 신청하면 주문이 체결되는 제도로 올해 11월 도입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량 보유분의 원활한 이월과 파생결합증권 발행자의 장기 헤지수요 등이 충족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거래기간이 최장 3년인 결제월이 추가돼 결제월 수가 현행 분기월 4개에서 분기월 2개·반기월 2개·연월 3개 등 총 7개로 확대된다.
거래소는 주식선물 호가가격단위도 형행 대비 2배로 확대해 주식선물시장의 유동성과 현·선물 연계거래 편의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주식선물 증거금률도 기초자산의 변동성 위험 등에 따라 차등 적용할 예정이다. 현행 거래증거금률은 모든 기초자산이 12%로 동일하나 향후에는 기초자산별로 7~12.5% 차등을 둘 예정이다.
주식선물시장에는 주식선물 종목별로 자생적 수급기가반이 확보될 때까지 시장조성을 유지하는 역할인 시장조성자 제도도 도입된다.
시장조성자의 주식선물에 대한 의무 스프레드가 과거보다 좁은 수준으로 설정돼 시장에 실질적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거래소는 시장조성자의 주식선물 거래 비중에 비례한 주식선물 수수료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날 현재 주식선물시장 시장조성자로 선정된 곳은 대우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6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