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땀을 흘리는 계절이지만, 지난 겨울에도 나의 업무는 여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넘어섰을 때다. 흩날리던 눈발도 제법 굵어져 눈썹을 치고 날린다. 연탄을 나르던 손이 빨라져, 3.5kg 묵직한 연탄이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부웅부웅 난다. 이마에 땀은 흐르지만 손과 발이 차갑다. 이때, 따뜻한 커피와 고구마, 김치 부침개가 좁은 골목길에 한 상 차려진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나는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다. 회사에서 수익과 매출, 수많은 성과 지표들보다는 소외되거나 차별 받는 분들의 상황과 조건을 대면할 때가 많다. 그래서 수혜자들이 필요로 하는 가장 최적의 봉사와 나눔이 언제나 나에게는 숙제다. 비록 “또 연탄, 김장봉사야?”, “직원들이 흥미로워할 새로운 봉사는 없어?”라는 질문이 쏟아져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눠주는 동네 아줌마와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훔치시는 할머니를 마주할 때, 바로 기업이 소외된 지역과 사회와 손을 맞잡은 가장 감동스러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진심만이 정답일 것 같은 사회공헌에도 트렌드와 유행이라는 게 있다. 그러다 보니 기왕이면 엣지(Edge)있고, 세련된 무엇을 좇는다. 지구를 화끈하게, 그리고 시원하게 달구고 있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처럼 신나고 즐겁고, 게다가 전세계 지구인이 알 만큼의 전파력이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나도 얼음 바가지 기꺼이 뒤집어 쓰고 싶다.
하지만 돌아보면 기부와 봉사, 우리가 나누고자 하는 진심은 늘 투박하고, 한결같다. 스스로에게 얼음 바가지를 쏟아 붓는 셀럽들도, 어려운 현장에서도 묵묵히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 이들도, 나처럼 조그마한 명함으로 어려운 이웃과 소통하는 일을 하고 있는 회사원들에게도, 봉사와 기부에 담긴 메시지는 같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기 위해 애쓰는 그 메시지 말이다.
그래서 괜찮다. 연탄이어도, 얼음 바가지이어도. 사람을 향해 애쓰는 그 마음속에 우리가 나누는 활동은 같기 때문이다. 진심은 변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