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 NH농협은행장이 정체된 조직에 활력을 넣기 위해 인사고과와 성과체계를 손질했다. 실적이 저조한 부서의 경우 단기 성과에 집중해 인사고과와 성과보상체계를 확정하지 않고, 일정기간 유예기간을 제시해 영업력을 끌어올리고,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것이다.
금융권 보신주의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단기 실적주의를 해소하고 공무원 같은 업무 분위기를 진취적으로 바꾸기 위한 조직 쇄신책의 일환이다.
김 행장은 “취임 이후 은행 수익구조 재편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앞으로 실적이 저조한 부서의 경우 단기 성과에 집중해 KPI(핵심성과지표)를 확정하지 않고, 2~3개월 유예기간을 두어 실적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예기간 동안 실적이 개선된 부서의 경우 인사고과와 성과급 보상 부문에서 전혀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된다. 실적이 저조한 부서 임직원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다.
KPI는 은행원들의 업무 실적을 계량화한 평가 지표로, 개인이나 팀 단위로 일등부터 꼴찌까지 순위가 매겨진다. 이 점수에 따라 승진과 연봉이 결정되기 때문에 은행원들은 KPI에 민감하다.
농협은행은 김 행장 취임 이후 업계에서 ‘은둔의 은행’이란 오명을 완전히 씻었다고 말한다. 김 행장은 연초부터 주택청약저축, 펀드, 방카슈랑스, 외국환 등 수수료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농협은행이 여타 시중은행을 제치고 주택청약종합저축과 소득공제장기펀드, 방카슈랑스 판매 부문 등에서 1위에 올라섰다.
올 상반기 기준 농협은행은 주택청약종합저축 61만2000좌, 소득공제장기펀드 5만2000좌, 방카슈랑스 초회 보험료 7940억원 등의 실적으로 은행권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열심히 뛰고 땀을 더 흘리는 직원이 더 많은 보상을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정체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김 행장이 도입한 성과보상제는 영업력 회복에 일등공신이 됐다. 목표 이상을 달성한 직원들 대상으로 성과급 배분을 공식화했고 이는 곧 실적으로 증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