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이슬람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 기자 참수 영상을 공개하면서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유럽 주요국은 이를 끔찍한 사건이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IS가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라이트 폴리의 참수 영상을 공개한 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충격에 빠졌다고 밝혔다.
그는 야만적이고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 영상에 담겼다면서 "이 테러 그룹에는 잔인함과 광신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충격적이고 패륜적인 행위"라고 비난하고 휴가를 중단한 채 이라크와 시리아 등 중동 사태에 대한 회의를 주재했다.
국제 언론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 역시 성명을 통해 "IS의 미국인 기자 참수는 끔찍하다"며 "야만적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프 딜로이르 RSF 사무총장은 "폴리의 참수는 IS의 인질을 다루는 잔혹함이 극단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폴리는 경험 많은 국제 기자였다"고 덧붙였다.
IS가 영어를 구사하는 대원을 내세워 미국인 기자를 참수한 것은 서방에 대한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런던대 킹스칼리지 국제 급진화문제연구센터(ICSR) 피터 노이먼 소장은 IS가 참수 영상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대원을 앞세운 것은 미디어를 통한 노출 효과를 높여 미국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와 이라크 내전에 가담한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의 잔혹 행위는 이미 알려져 있다면서 IS의 이번 보복은 미국을 공격 목표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직접 밝혔다는 점에서 기존과 다른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대(對)이라크 정책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이라크에서 제한적 공습 이상의 군사개입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미국내 강경 여론이 득세하면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5월 제한적 개입을 골자로 새 외교 독트린을 밝혔으며, 미국인이나 미국의 안보이익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 경우와 대규모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만 군사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참수 영상의 진위가 확인되는 대로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