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직원의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인건비가 연간 1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1조원은 현대차가 중국 충칭(重慶)에 추진 중인 연간 생산 30만대 규모의 공장 설립 비용과 맞먹는 규모다.
19일 현대차의 2013년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인건비 상승 규모를 분석한 결과, 연간 4500억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평균 1억원의 연봉을 받는 현대차 생산직의 경우 연봉의 35%가량을 상여금(통상급의 750%)으로 지급받는다. 55%가량은 통상급이며 10~20% 정도가 각종 수당으로 채워진다.
상여금의 비중이 큰 상황에서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연봉 1억원 기준 1인당 최대 1000만원이 오른다. 현대차 조합원이 4만7000여명인 것을 고려하면 연간 4000억~4500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하는 셈이다.
현대차가 물꼬를 트면 파급은 커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에서는 부품 계열인 현대위아, 현대모비스, 현대파워텍 뿐 아니라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등 모든 계열사의 통상임금 확대가 불가피하다. 삼성증권은 이 경우 현대차그룹의 연간 인건비가 1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1조원은 지난해 현대차 임직원의 총급여 5조9681억원의 16.8%, 연결기준 영업이익 8조3155억원의 12.0%를 각각 차지하는 수치다.
현대차는 회사의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결여된 만큼,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추가 인건비 부담을 추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현대차는 중국공장, 기아차는 멕시코공장 착공과 같은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상임금 범위 확대는 현대차그룹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대차 노사는 필요하면 통상임금 범위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과거 관행을 그대로 인정해 노조가 임금을 높여달라고 하면 생산성은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자동차 노사는 비정규직(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채용 문제에 잠정합의했다. 노사는 정규직 채용 대상을 3500명에서 4000명으로 늘리고 비정규직 근속을 정규직 채용 때 일부 인정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안이 최종 확정되려면 전주·아산 비정규직 노조가 19일 실시하는 조합원 총회에서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 노조는 또 파업 돌입 여부를 오는 21일 쟁의대책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