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황 방문 이후 세월호 해법

입력 2014-08-1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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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정치경제부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간의 한국 일정을 모두 마치고 18일 출국한다. 소박하고 겸손한, 그러면서도 강인하고 따뜻한 성직자의 모습이 준 감동과 여운은 오래도록 이어지겠지만, 다시 꽉 막힌 국내 정치사회 문제로 눈을 돌리게 되니 답답함만 밀려온다.

교황의 이번 방한 기간 중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사회적 약자들, 특히 세월호 유족들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준 때다. 세월호 정국이 이어지면서 마치 경제살리기의 걸림돌인 양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세월호 유족들에게 교황의 어루만짐은 큰 위로가 됐을 것이다. 또 잊혀져 가던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이 환기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정치권이 교황에 화답할 일만 남았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125일이나 지나도록 정치권이 유족들의 손을 제대로 잡아준 때가 있었나. 활동기한 종료일이 열흘 남짓 남긴 세월호국정조사특위는 시작부터 기 싸움을 벌였던 증인채택 문제로 청문회를 아예 열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특별법도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과 권한을 두고 여야 간 입장 차이가 팽팽해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결단은 청와대와 여당의 몫이다. 세월호 참사 후 국정조사에 돌입하면서 세월호 유족들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공언했던 여당은 국정조사와 세월호특별법 제정 문제를 놓고 유족들의 뜻을 번번이 거부해왔다. 유족들은 국정조사 청문회와 관련해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호성 청와대 1부속비서관, 유정복 인천시장(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별법에 근거해 설치될 진상조사위원회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것을 주장하며 한 달 넘게 단식 강행 중이다.

야당은 절충된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했다 거센 역풍을 맞아 운신의 폭이 극히 좁아진 형국이다. 결국 여당의 결단 없이는 당장 코앞에 닥친 국정감사를 비롯해 모든 국회 일정이 올스톱된 채 허송세월만 보낼 수밖에 없다. 여당으로서 유족들을 두고 이성도 전문지식도 없다고 깎아내리거나 노숙자 같다고 비난하는 행태는 그만두고 그들의 요구에 늦게나마 부응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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