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는 1987년 시작된 에라스무스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4000여 개의 유럽대학간 학생교류가 시작되었고 서로 친구가 되고 국제결혼도 늘고, 문화가 만들어졌다. 젊은이들의 국제 이해가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상품교류도 늘어나고 기업이 웃기 시작하고, 공동경제영역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동·서독의 장벽도 무너지고, 유럽국가간 통합의 촉매제가 되었다. 이것을 에라스무스효과라 한다. 교육교류가 역내경제권을 만들고 EU통합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이처럼 유럽의 통합은 교육-문화-경제-정치-군사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것이 유럽 각국이 EU로 통합되고 협력하고 뭉치는 이유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통일은 군사-정치-경제의 순으로 진행되면서, 재미는 없고, 긴장만 있는 이슈가 되었다. 남북한의 통일에도 이제 재미와 경제가 만들어지는 방법이 없을까. 교육과 경제의 촉매프로그램이 많이 만드는 곳에서 그 길이 있다. 그래야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통일이 대박이 될 수 있다.
최근 필자는 중국 연길에서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중소기업학회가 함께 한 백두포럼에 다녀오면서 아주 흥미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발견하게 되었다. 비즈니스의 3대 자원은 토지, 노동, 자본이며 3T(Talent:인재, Technology:기술, Trade: 시장)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 연길시 하이테크 산업개발구에는 중국의 토지와 시장, 북한의 노동과 인재,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하여 중국민을 상대로 시장을 넓혀가는 비즈니스가 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책공대 졸업생 200여 명을 포함한 북한 인력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다. 10년 전 이곳에 진출한 의료용매트리스를 생산하는 A회사는 이제 월 8000대를 생산하여 중국에 판매하는 회사가 되었다. 공장은 중국에 있고 거대한 중국시장을 겨냥하지만, 한국의 기술과 한글로 소통이 가능한 남북협력모델이 돈을 만들고 있었다. 현재 연길시에는 11개의 한국자본기업, 3개의 일본자본기업을 포함한 38개 IT기업에 3000여 명의 종업원이 일하고 있다. 북한 인력은 4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길시 관계자에 의하면 올해 말까지 50개 기업 5000명 공단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델은 남북협력이 더 이상 긴장과 비용요소가 아니라 재미와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사례이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Tech), 북한의 사람(Talent:김책공대생 등 400여명), 중국의 토지와 시장(Trade)의 성공사례가 발굴된 셈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통일과제는 재미가 아니라 의무였다. 내가 엄청난 비용과 대가를 지불하면 우리 후세가 대박이 날 수 있는 모델이었다. 그래서 남북통일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사람들 중 미래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 내가 비용을 부담하는 통일에는 소극적인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재미가 없는 의무의 정책이 되면 통일에 열정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그러나 연길에서의 남북협력 비즈니스모델은 비용이 아니라 수익이고, 긴장이 아니라 재미모델이었다. 이는 정치·군사적 비용투입정책이 아니라 경제와 기업으로 돈 버는 비즈니스모델이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것이 발전하면 남북통일이 대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통일문제는 정치, 군사만의 이슈를 넘어 경제와 기업생태계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 재미있는 남북협력, 돈 되는 남북협력이 많아져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통일이슈가 남북을 넘어 동북아 이슈로 풀어야 한다. 한국과 북한, 중국, 러시아의 협력모델을 확대해가는 거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동북아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북한의 인력을 활용하는 수익형 비즈니스모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훈춘이 부상하고 있고, 포스코, 현대물류단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이 아주 적극적으로 나선(나진,선봉)-원정-훈춘-장춘의 도로망개설에 나서고 있다.길이 만들어지면 경제교류가 시작된다. 이곳에 가보면 왜 나진,선봉과 남북협력모델이 왜 재미와 돈이 될 수 있는지 보인다.
경제가 깊어지면 통일은 재미있어진다. 이것이 통일대박론의 근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동북아경제모델에서 재밌는 남북협력 사례가 확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