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불황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된다. 대형마트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실적과 구매단가가 늘고, 고가 선물에 해당하는 건강식품과 한우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여전히 주력은 중저가 선물세트지만, 조금씩 돈이 돌기 시작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온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에서는 4주 동안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7% 늘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에서도 이달 초 선물세트 예약판매 실적이 각각 98.1%, 60% 증가했다.
구매단가도 높아졌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18일부터 3주 동안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판매 평균 구매단가가 3만2125원으로, 지난해 예약판매 전체 기간 평균 구매단가 2만4726원보다 29.9% 올랐다고 집계했다.
롯데마트는 평균 구매단가가 오른 까닭에 대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건강식품 열풍으로 평소 예약판매 기간 동안 많이 판매되는 저가 선물세트보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건강식품 선물세트가 많이 판매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사전 예약판매 실적 중 가공 선물세트 매출 비중은 지난해 57.2%에서 올해 49.8%로 줄어든 반면, 건강식품 선물세트 매출 비중은 지난해 16.7%에서 올해 23.9%로 올랐다. 특히 홍삼 선물세트 인기가 두드러졌다. 홍삼 선물세트는 건강식품 선물세트 중 매출 비중을 지난해 20% 수준에서 올해 80%까지 늘렸고, 건강식품 선물세트 전체 평균 구매단가도 지난해 2만1732원에서 올해 5만3696만원으로 끌어올렸다.
전통적 인기 선물인 한우 선물세트 판매도 강세다. 이마트에 따르면 한우세트 매출은 최근 추석 행사마다 5% 이상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도 고가 프리미엄 수요와 10만원대 저렴한 한우세트 수요가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고 전년보다 물량을 20%가량 늘렸다. 특히 최근 한우 사육두수 감소, 소비 증가로 시세가 지난해보다 20% 정도 올랐지만, 미트센터를 통해 사전에 물량을 비축해 한우 선물세트 가격 인상폭을 전년 대비 5% 내외로 최소화했다.
롯데마트 역시 예약판매 기간 동안 한우 선물세트 매출 비중이 지난해 2.9%에서 올해 3.9%로 소폭 늘었다. 평균단가는 13만1632원에서 13만8000원으로 상승했다. 롯데마트에서는 특히 10만원대 초반 실속형 한우 선물세트 매출 비중이 지난해 32.5%에서 올해 58.7%까지 올라, 같은 기간 매출 비중이 34.2%에서 23.4%로 줄어든 20만원 이상 고가 한우 선물세트와 대조를 보였다.
반면 홈플러스 추석선물 예약판매 순위에서는 한우가 사라졌다. 지난해 홈플러스 추석선물 판매 순위에서 3위권을 차지했던 한우가 10위권에도 들지 못한 데 대해 홈플러스는 이른 추석 영향으로 풀이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아직까지 높은 기온으로 인해 대표적인 추석 선물인 한우, 과일 등 신선식품이 한 품목도 10위권 내에 들지 못하는 기현상을 보였다”며 “그러나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선물세트 구매 시즌이 시작되고 기온이 낮아지기 시작하면서 전체 매출 추이에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