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7일 CVC캐피털파트너스와 위니아만도 지분 100% 양수도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CVC캐피털파트너스는 1999년 한라그룹에서 위니아만도를 인수한 글로벌 사모펀드다.
매각금액은 1500억원 규모로, 실사를 거쳐 금액을 확정할 계획이다. 현재 실사 준비단계에 있으며, 매각주관사 골드만삭스가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위니아만도 인수는 정지선 회장의 ‘비전 2020’ 실현 과정으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2010년 창립 39주년 기념식에서 “2020년까지 그룹 매출 20조원, 경상이익 2조원을 달성하겠다”며 “이를 위해 대형 인수ㆍ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실제로 2003년 취임 후 내실 다지기에만 주력했던 정지선 회장은 2010년 이후 외부로 눈을 돌렸다. 순현금만 1조원을 보유할 만큼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M&A 큰손으로 떠오른 것. 정 회장은 2012년 2월 리바트, 3월 한섬을 사들여 업계를 놀라게 했고 올해 초에는 동양매직 인수를 추진했다.
현재까지 정지선 회장은 비전 2020을 향한 성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 그룹 매출은 정 회장 취임 당시 5조5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2조원까지 늘었다. 비전 2020을 위해서는 유통업 성장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정지선 회장은 해법으로 고객에게 ‘토탈 라이프케어’를 제공하는 ‘종합 유통서비스 회사’를 내놓았다. 유통업과 제조업 시너지를 통해 도약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기존 유통채널(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식품(현대그린푸드), 의류(한섬), 가구(현대리바트)에 생활가전(위니아만도)를 더하면서 토탈 라이프케어 진용도 더욱 단단히 갖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가구ㆍ식품ㆍ유통에 생활가전을 더해 고객을 위한 토탈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며 “종합 유통서비스 회사로 한 걸음 더 내딛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현대백화점그룹의 위니아만도 인수는 정지선 회장이 ‘범 현대가’ 3세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의미도 있다. 위니아만도는 한라그룹 계열 자동차부품회사인 만도기계(현 만도) 공조사업부 가전 부문으로 출발한 회사다. 한라그룹 창업자는 정주영 명예회장 동생인 정인영 회장으로, 정지선 회장에게는 작은 할아버지다.
위니아만도는 1995년 세계 최초로 김치냉장고 딤채를 선보이며 승승장구했지만 1999년 한라그룹이 해체되면서 가전 부문만 별도로 분리돼 CVC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CVC는 2006년 10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고, 2000년대 후반부터 위니아만도 매각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위니아만도는 매출 4127억원, 영업이익 168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