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ㆍ취소로 몸살 앓는 음악 페스티벌, 성장통은 끝났다 [홍샛별의 별별얘기]

입력 2014-08-1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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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을 기대해 준 모든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판매된 티켓은 모두 환불 처리될 예정입니다.”

음악 페스티벌 ‘원파인데이’의 행사 주최 측인 그린플러그드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강원 춘천의 엘리시안 강촌에서 열릴 예정이던 원파인데이 페스티벌을 잠정적으로 연기한다고 2일 밝혔다.

그린플러그드의 원파인데이 잠정 연기에는 이전 페스티벌의 부진에 대한 도미노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4’에서 입은 손실과 티켓 판매 부진 등이 그린플러그드가 주최하는 원파인데이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럼,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4의 상황으로 넘어가 보자. 당초 지난 5월 3일과 4일 서울 난지 한강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그린플러그드 서울은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5월 31일과 6월 1일로 개최일을 미뤄야 했다.

연기된 페스티벌로 인해 라인업과 타임테이블이 변경됐고, 이는 타 뮤직 페스티벌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린플러그드의 연기로 같은 날 일정이 겹치게 된 ‘레인보우 아일랜드 페스티벌’은 페스티벌 운영에 직ㆍ간접적인 손해를 입게 됐다. 같은 날 동시에 페스티벌을 개최한 그린플러그드와 레인보우 아일랜드는 예년보다 줄거나 비슷한 수준의 집객에 만족해야 했다.

앞서 세월호 참사로 인해 대중의 빛을 보지 못해 말없이 스러지거나 조용히 연기된 페스티벌은 양손에 꼽기도 힘들다. 월드 DJ 페스티벌 역시 개최일이 연기됐고, 국내 최고 규모의 록페스티벌인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취소라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뷰티풀 민트 라이프는 큰 소란을 일으켰다. 공연장인 고양아람누리를 대관해준 고양문화재단이 일방적인 통보로 개최 하루 전에 뷰티풀 민트 라이프를 취소해 대중음악계에 큰 논란을 양산하기도 했다.

국내 3대 페스티벌 중 하나인 지산 월드 록페스티벌은 올해 주최 측의 사정으로 열리지 못했고, 사운드홀릭 페스티벌은 우박을 동반한 폭우로 공연이 중단되는 등 몸살을 앓았다. 14일 열리는 슈퍼소닉 역시 공연장 대관 문제와 협력사 변경 문제 등이 얽히면서 일정과 장소가 변경돼 14, 15일로 예정됐던 페스티벌이 14일 하루로 축소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초 7일~10일 4일간 경기 고양시 일산 K-POP 아레나 부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고양록&페스티벌은 29일~31일로 미뤄졌다. 이는 앞선 뷰티풀 민트 라이프의 영향이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가 고양시로부터 하루 전 취소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데에 대한 반감으로 SNS에서 고양록&페스티벌 불매운동이 일어난 것. 고양이라는 지역명이 들어갔다는 이유다.

고양록&페스티벌 주최사인 알컴퍼니 측은 작고 큰 소란에도 열심히 준비하려 했으나, 공연 관련 허가 문제와 태풍 할롱 등 많은 변수로 인해 페스티벌을 연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내 음악 페스티벌은 외형적으로나 매출 면에 있어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뤘다. 페스티벌 티켓 판매액은 72억원(2011년)에서 253억원(2013년)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관객 수 역시 5만5000명(2009년), 9만3000명(2011년)에서 11만명(2012년)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음악 페스티벌은 폭발적인 인기와 외형적인 성장이 꽤나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최근 우후죽순 쏟아지는 음악 페스티벌은 주먹구구식으로 기획돼 마구잡이로 운영되고 있다.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페스티벌을 밀어붙이고, 예산이나 날씨ㆍ사회적 상황 등의 다양한 변수를 계산에 두지 않은 채 일단 질러놓고 보자는 식이다.

그렇게 연기되고 취소된 페스티벌에는 세월호 참사, 태풍, 인허가 문제, 불매운동 등 사연도 이유도 제각각이다. 페스티벌의 연기와 취소가 당연시될 정도로 그 횟수가 잦아졌다. 이런 페스티벌의 급작스런 연기는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뮤지션에 영향을 미친다.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뮤지션은 변경된 일정에 맞춰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해당 뮤지션이 페스티벌에 불참하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그렇게 변경된 라인업과 일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티켓을 구매한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페스티벌 측의 티켓 전액 환불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

이제는 음악 페스티벌의 외형보다 내실을 다질 때다. 고양록&페스티벌을 주최한 알컴퍼니는 페스티벌 연기와 함께 “페스티벌을 기다리셨을 음악 팬들과 아티스트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다. 좋은 공연과 무대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진정으로 음악 팬과 아티스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가. 그렇다면 좋은 공연과 무대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좋은 공연과 무대를 제 때에 진행하는, 약속을 지키는 페스티벌이 우선이다.

일정은 일종의 약속이다. 내년에는 갖가지 이유로 취소와 연기를 반복하는 음악 페스티벌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약속을 지키는 음악 페스티벌,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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