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점유율 20%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다. 올해 점유율 15% 돌파는 기정 사실이고, 몇년 내 20%를 돌파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화려한 성장세 뒷 편에는 작지 않은 그늘도 있다. 늘어난 판매 규모만큼 서비스센터가 늘지 않자 고객들의 불만은 점차 커지고 있다. 수입차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의 권리에는 뒷짐을 진 판매 행태도 늘어나는 추세다. 수입차의 규모 성장 뒤에는 치솟은 집값에 박탈감을 느낀 30대가 자리하고 있는 것도 씁쓸한 대목이다.
◇신뢰 얻지 못하는 수입차 시장= 최근 수입차를 구입한 직장인 정재운(34·가명)씨는 분통이 터졌다. 딜러는 임시 번호판의 발급을 거부한 대신 ‘이상이 있다면 차를 교체해 준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줬다. 몇 일 후 김씨가 뒷좌석 문 안쪽에 얼룩이 생긴걸 발견하고 차량 교체를 요구했지만 해당 딜러는 “수리해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수입차업체가 임시 번호판 발급을 거부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다. 임시 번호판은 자동차관리법 제 27조에서 보장한다. 소비자는 임시 번호판을 단 차량을 시험 운행하고 10일 이내에 정식 번호판을 신청하거나 환불ㆍ교환할 수 있다.
그러나 수입차업체는 임시 번호판 차량이 반품됐을 때 세금 문제와 환수한 차량의 처리 곤란으로 발급을 기피하고 있다. 또 딜러들은 차량에 임시번호판을 부착하는 기간 동안 판매 실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정식번호판을 요구하고 있다. 컨슈머리서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대리점의 60.9%가 임시번호판 발급을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차의 애프터서비스(AS) 불만은 고질병이 아닌 불치병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작성한 ‘수입차 관련 소비자 민원 제기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자동차 10만대 당 소비자 피해 상담 건수는 수입차는 476대였다. 국산차의 145대와 비교할 때 3.3배 많은 수치다.
또 수입차의 소비자 불만 상담 건수는 2012년 1218건이었지만 지난해 1696건으로 39.2% 늘었다. 수입차업체가 차를 파는 만큼 서비스센터를 늘리지 않는 것이 불만 증가의 대표적 이유다.
◇30대 구매층 증가… 이유는 집값 때문?= 서울 신사동에서 전세를 살던 김하운(35)씨. 그는 7살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교 주변으로 이사하려했으나, 최소 7억~8억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집값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정씨는 이사 대신 집값으로 모았던 여윳돈을 이용해 4500만원짜리 수입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구입했다.
수입차가 매섭게 성장하는 배경은 복합적이지만, 치솟은 집값에 박탈감을 느낀 30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란 분석도 많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수입차를 구입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젊은 층에서 집은 못 사는 대신에 좋은 차라도 사자는 심리가 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수입차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개인구매 연령별 비율을 보면 2010년 30대 구매 비중은 32.8%였다. 그러나 2011년에는 34.5%, 2012년 37.0%, 2013년 38.0%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역시 30대의 수입차 구매 비율(1~6월 기준)은 38.2%를 기록, 3년여전과 비교할 때 5.4%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4개 업체(BMWㆍ메르세데스-벤츠ㆍ폭스바겐ㆍ아우디)사의 연령대 구매 비중을 살펴봐도 30대의 구매 비중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BMW는 올 상반기 1만1122대의 개인구매 중 4221대(38.0%)를 30대가 구매했다. 또 벤츠는 28.1%(1966대), 폭스바겐은 43.9%(5457대), 아우디는 40.7%(2888대)를 기록했다. 특히 폴로, 골프 등 2000만~3000만원대 차량을 파는 폭스바겐의 30대 이하 구매 비율은 1만2442대의 개인구매 중 절반이 넘는 53.8%(6691대)를 차지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