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오는 10월부터 별도 증빙절차 없이 하루 2000달러까지 외국에 송금하거나 환전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이 해외직접투할 때도 연간 50만달러까지는 사전신고를 하지 않고 사후보고만 하면 된다. 또 은행이 없는 농어촌지역에서도 지역농협을 통해 연간 3만달러 한도내에서 해외송금을 할 수 있게 된다. 대외채권의 회수기간도 기존 1년 6개월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기획재정부는 31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외환분야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3월 열린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회의 이후 관계기관,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외환분야 규제개선 TF를 운영, 개인과 기업의 외환거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왔다.
정부는 우선 외국환은행의 확인 또는 신고 절차 없이 자유롭게 해외로 송금할 수 있는 기준금액을 기존 1000달러에서 200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현재 외국환 거래 규정에 따르면 건당 1000달러 이상을 초과하는 금액을 국외로 송금할 때 당사자는 외국환은행에 송금 사유와 금액을 신고해야 한다. 은성수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전체 외화 송금건수의 17%가 1000~2000달러 사이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면서 “모든 시중은행에서 자유롭게 송금되는 외환자금은 전체 외환거래의 25~30%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달러 이하의 소액을 환전할 경우에도 원화매입, 외화매입 관계없이 증빙서류를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불가능했던 지역농협에서의 해외송금도 연간 3만달러 내 한도에서 10월부터 허용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이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등의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또 해외부동산 취득 당시 거주자였으나 이후 영주권자가 된 경우 국내 복귀 이전까지는 회수 등 사후관리의무를 유예, 재외동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기업의 대외거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현재는 기업이 해외 직접 투자를 하거나 현지법인의 자·손회사 지분율을 바꿀 때에도 금액과 상관없이 외국환은행에 사전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간 누계 50만달러 이하 해외직접투자와 현지법인의 자·손회사 지분율 변경은 사전신고 대신 사후보고 방식으로 전환된다.
은 차관보는 “2013년 신고기준으로 해외직접투자 8000건 중 5300건, 즉 전체의 63%에 해당하는 해외투자가 50만달러 이하 였다”면서 “해외에진출하는 중소기업들이 주로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출대금, 금융투자회수금, 해외부동산 처분자금, 해외직접투자 청산대금 등 해외 대외채권 회수기간도 지금은 1년 6개월로 돼 있지만 이를 3년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대외채권 회수부담을 덜고 대외자산 관리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선박과 항공기, 철도차량, 산업설비 등 제작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물품을 수입하는 경우 200만달러까지는 신고없이 선급금을 송금할 수 있게 된다. 직접당사자가 아닌 제3자를 매개해 외화를 지급·수령하는 경우 현재는 한국은행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앞으론 해외광고나 선박 관리 대리계약에 따른 지급 등 정형화·보편화된 거래는 신고 의무를 없애기로 했다.
해외증권 투자자의 ‘연간 증권보유현황’, 외국기업 국내지사의 ‘연도별 영업기금 보고서’ 등은 외환전산망을 통해 관련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만큼 별도로 한은에 보고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이와 함께 외국환은행 영업소 명칭을 변경할 때 금융감독원에 반드시 신고하지 않아도 되며 최근 들어 실효성이 낮아진 북한관광,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된 환전지침도 폐지된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한 제재는 합리화하기로 했다. 2만달러 미만의 화폐나 증권 등을 신고 없이 해외로 반출하거나 반입하면 경중에 상관없이 형사 처벌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과태료 부과로 완화된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규제완화 방안은 기업과 개인의 불편해소를 위해 시급한 과제를 우선적으로 선정한만큼, 입법이 필요한 것은 연말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규정 개정 등이 필요한 것들은 올해 안에 마무리해 바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하반기 중에 증권사 등의 외화대출 허용과 외화차입 신고 완화 등 외국환 업무범위 확대 방안, 원화 국제화 관련 과제 등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