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26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故유채영의 발인식이 치러졌다. 절친 김현주를 비롯해 많은 연예인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배웅했다.
앞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인의 죽음을 더 안타깝게 만드는 기사가 있었다. 24일 오전 유채영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한 매체는 故유채영 측근의 말을 인용해 “故유채영이 생전 생활고에 시달려 끼니를 제 때 챙겨 먹지 못하곤 했다”며 “생활고 때문에 건강 검진을 제 때 받지 못해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고인의 유가족 측은 오보라며, 강경 대응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단독’이라는 명패가 붙은 특종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지만, 이 가운데에는 오보로 밝혀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7월 한 달만 해도 故유채영의 생활고 보도를 포함해 굵직한 연예계 오보 기사가 4개나 된다.
앞서 14일 한 매체는 가수 비와 배우 장근석의 해외 억대 탈세 혐의를 보도했지만, 소속사에 의해 명백한 오보임이 밝혀졌다. 또한, 8일에는 배우 조재현이 문화의전당 업무 추진비 200여 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한 매체에 의해 제기됐지만, 이 역시 해프닝으로 끝났다.
1일 오후에는 가수 박진영이 JYP엔터테인먼트를 매각하기 위해 YG엔터테인먼트 측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양현석 대표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YG 측은 터무니없고 황당무계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는 큰 문제다. 국내 언론사는 앞서 그룹 쿨 유리의 사망 오보를 통해 오보가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을 절감해야 한다.
지난 2012년 한 매체는 쿨 유리가 서울 강남의 한 주점에서 지인들과 모임을 가지던 중 다른 손님과 시비가 붙어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유리는 사건 당일 자택에 있었으며, 사망자는 쿨 멤버 김성수의 전 부인 강모 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소속사 WS엔터테인먼트는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명백한 명예훼손이며 살인과도 같은 무서운 일이다”며 “확인 없이 최초 보도한 기자에 대해서는 생명을 다룬 중요한 일이니만큼 강력 대응할 것이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비단 연예계뿐만이 아니다. 씻을 수 없는 참사로 기억될 세월호 참사 역시 오보의 연속이었다. 지난 4월 연합뉴스가 9시27분 최초 보도를 내보낸 지 1시간 30분 후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라는 대형 오보가 터졌다. 이어서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탑승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고, 이 역시 오보였다.
대한민국 언론은 속보에 중독돼 ‘단독’과 ‘특종’에 혈안이 됐다. SNS의 발달로, 누구나 사진을 찍어 글 몇 줄을 적어 올리면 기사가 되는 시대다. 온라인상에서 속보 경쟁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10대 몰락 직종으로 신문 기자를 꼽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자의 영역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물론, 중요한 기사를 빠르게 송고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사실인양 보도하는 것은 큰 문제다. 이럴 때일수록 정확한 보도와 신속한 보도 사이에서의 균형을 잘 맞춰야한다.
조사 하나가 산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고, 멀쩡한 사람을 범죄자로 몰기도 한다. 펜은 칼보다 강하고, 세 치 혀는 사람을 잡는다. 지금은 펜의 빠른 놀림보다 날카로움을 주지할 때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펜은 칼보다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