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주일대사에 유흥수 한일친선협회 이사장이 내정돼 일본 정부의 사전동의(아그레망)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유 내정자는 올해 77세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보다도 두 살 위여서, 박근혜 정부에서의 ‘올드보이’ 귀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937년생인 유 내정자는 경남 합천 출신으로 일본에서 소학교(초등학교) 5학년까지 마치고 한국으로 건너와 경남중,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63년 서울대 재학 중 고등고시로 경찰에 입문해 1980~1982년 지금의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내무부 치안본부장을 지냈고, 충남도지사(관선), 청와대 정무2수석비서관도 역임했다. 전두환 정부에서 활약한 ‘5공 핵심 인사’인 셈이다.
1985년엔 민정당 소속으로 부산에서 출마해 12대 국회의원이 됐다. 교통부 차관과 14대(민자당), 15대(신한국당), 16대(한나라당) 의원을 지냈으며 2004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일본어에 능통한 유 내정자는 의원 시절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에 이어 한일의원연맹 상임 간사장을 맡는 등 일본 정계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쌓은 ‘지일파’로 통한다.
다만 유 내정자가 정치 일선에서는 상당 기간 떨어져 있던 ‘올드보이’라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유 내정자가 이병기 전 주일 대사의 국가정보원장 임명으로 한달 이상 공석인 주일 대사에 정식 부임하게 되면 역대 최고령 주일대사로서 사상 최악으로 악화된 한·일 관계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고령’이라는 핸디캡에도 이번 인사가 이뤄진 데엔 김기춘 실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유 내정자는 마산중과 경남고를 나온 김 실장과 경남중·고 동창회원으로 서울대 법대를 같은 해에 졸업했고, 한나라당 시절에는 당 중진 모임인 한백회 활동을 함께 했다. 지난해 1월 현 정부 출범 직전엔 김 실장이 유 내정자가 이사장인 한일친선협회 방문단의 일원으로 일본 방문에 동행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에서는 유독 정‧관계를 떠났던 원로인사들의 복귀가 잦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김기춘 비서실장은 물론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71), 강창희 전 국회의장(68) 등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친박계 원로들이 돌아와 활동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초대 총리를 맡기려 했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76) 역시 역대 최고령 총리 후보자라는 점에서 주목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