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포커스] 상장사들이 권력형 사외이사를 선호하다 보니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와 경영상황에 따라 입맛에 맡는 인물을 뽑다보니 파리목숨 사외이사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주총시즌 이후 현재까지 사외이사 중도퇴임 상장사수는 70여곳에 달했다. 특히 임기를 3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사임한 경우도 20건이나 있었다. 보통 사외이사의 임기가 3년인 것과 비교해 잦은 사외이사의 교체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 건전성 확보와 투자자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종섭 안행부장관은 삼성생명의 사외이사로 올해 3월 14일 선임됐으나 서울대 총장 출마를 위해 4월 중도퇴임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사외이사직도 올해 6월 사임했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인 검사출신 정연호 이사도 시그네틱스와 인터플렉스에서 올해 3월 사외이사로 재선임됐으나 3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임했다.
검사출신인 김수민 국정원 제 2차장도 에스넷시스템에 올해 3월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국정원 2차장으로 내정되며 5월 중도퇴임 했다.
경영권 양수도나 합병과정에서 최대주주가 바뀌거나 대표이사가 변경되면서 기존 사외이사의 운신의 폭이 줄며 자진 사퇴하거나 교체되는 경우도 있었다.
르네코의 경우 사외이사 2인이 지난 3월 28일 사임하고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이후 지난 6월 경영권매각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피앤텔도 지난 2일 사외이사로 선임한 인사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중도 사임했다.
업계에서는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과정으로 양수도 계약에 앞서 사외이사가 중도 퇴임하는 경우가 잦다는 의견을 내비췄다. 일반적으로 사외이사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인데 사외이사의 잦은 교체는 감시 기능의 퇴보를 의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한편 구체적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단순한 ‘일신상의 사유’로 인한 중도 퇴임 공시는 투자자들을 오히려 혼란에 빠뜨릴 수 있으며 향후 중도퇴임 사유 명시에 대한 규정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