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 더위에 증권가에는 여전히 구조조정 ‘한파’가 불고 있다. 불과 1년 사이에 3000명이 넘는 인력이 여의도 증권가를 떠난 것. 특히 상반기에는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면 하반기에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말 4만4055명인 전체 증권사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4만243명으로 2년 새 3812명이 감소한 데 이어 올 들어 3만9146명까지 줄었다. 지점 수 또한 지난 2011년 1856개에서 올해 1527개까지 줄었다.
오랜 기간 지속된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증권사들이 궁여지책으로 지점 통폐합과 인력감축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삼성증권은 기존 95개의 지점을 72개로 통폐합키로 결정하며 3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동양증권도 650여명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한화투자증권 300여명, SK증권 200여명, KTB투자증권 100여명, 유진투자증권 50여명이 희망퇴직 신청을 통해 회사를 떠났다.
인수·합병 추진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단행되는 증권사도 있었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에서 각각 300∼400여명, 100여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증권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HMC투자증권이 지난 15일부터 일주일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것을 시작으로 메리츠종금증권으로의 피인수가 예정돼 있는 아이엠투자증권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신증권 역시 지난달 희망퇴직으로 302명이 퇴사했는데 추가로 지점 폐쇄를 추진 중이어서 추가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있는 HMC투자증권의 경우 현재 38개 지점을 15개로 통폐합할 것으로 보인다. 13개 지점이 줄어들 경우 300여명의 인원이 감축될 것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23개의 영업점을 폐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증권이 지난 2012년 7월부터 최근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39개 지점을 폐쇄하는 동안 300명이 넘는 인원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 측은 지점 폐쇄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구조조정 한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중소형사들이 문제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당국의 정책 방향 자체가 대형사를 남기고 중소형사를 없애는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산그룹 계열 비엔지증권의 경우 모기업 차원에서 증권사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현재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인 비엔지증권 직원들 역시 갈 곳을 잃었다.
대형사들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 또한 하반기 중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대 불황을 겪고 있는 증권업계의 임직원수 감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2011년 말 이후 증권사를 떠난 증권맨 수는 5000명을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