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한가운데 들어섰지만 여의도 증권가의 체감온도는 냉랭하기만 하다. 증시 거래대금 급감으로 증권업계 수익성이 악화되며 인력 구조조정과 지점 통폐합과 같은 한파가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급이 너무 과도하기 때문이다. 주식과 펀드거래가 줄며 거래대금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36곳이던 증권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2곳에 달하고 있다.
증시 거래대금 급감과 업체간 수수료 치킨게임으로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국내 62개 증권사들은 10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2013회계연도 증권회사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10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2002년 이후 최초로 적자전환했다. 회사별로는 전체 62개 증권사 중 34개가 흑자를 기록했지만 28개사는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인력 구조조정과 지점 통폐합이 올해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말 4만4055명이던 증권사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4만243명으로 2년 새 3812명이 줄었다. 올 3월 말 기준 3만9146명으로 줄며 지난 2008년 6월(2분기, 3만9151명) 이후 처음으로 3만명대로 떨어졌다.
증권사 지점수도 급감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말 1856개였던 국내 증권사 지점수는 지난해 말 1534개로 322개(17.34%) 줄었다. 2012년 말 1674개에 비해서는 140개(8.36%)가 줄었다. 올해 3월 기준 지점수는 1380개로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12.4% 감소했다.
문제는 이같은 감소세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명예퇴직 및 지점 통폐합이 예정돼 있고, 중소형사들의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 올해 말까지 임직원 수와 지점 감소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업종 침체는 ‘증권업계의 꽃’이라고 불리는 애널리스트들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때 고액연봉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며 희망직업 1순위로 꼽히던 증권가 애널리스트도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다. 리서치센터가 수익 부서가 아닌 비용 부서라는 인식이 보편화되며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는 1274명이 등록돼 있다. 지난 2012년 말 1445명에 비해 1년 반 사이 181명이 줄어든 것이다.
증권사들은 이같은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해당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CEO, 임원 등을 영입하며 전문성 강화로 활로를 모색하기도 한다. 김선열 하나대투증권 IPS(Investment Product&Service, 투자상품 및 자문 전문가그룹)본부 상무, 김철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