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 경제를 이끌어왔던 정보통신기술(ICT)이 바이오 분야에 접목되기 시작하며 바이오 분야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의약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의약 바이오'와 ICT가 융합해 유전체를 분석하고 다양한 질환 예측을 돕는 '융합 바이오'가 성과를 내고 있다. 디바이스와도 발빠르게 접목되며 의학 전반에 기여하기도 한다.
최근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낸 분야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유전자 연구다. 지난달 24일 한국과 미국의 공동연구진이 인간 유전자를 빅데이터로 만들어 둔 유전자소셜네트워크 '휴먼넷'을 이용해 인간의 질환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신호전달경로 모델을 발굴하는 질병예측시스템 ‘모핀(MORPHIN)’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에는 흰쥐나 초파리 등 동물로 유전자 질환을 연구했다. 동물의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를 통해 인간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기능을 추론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염기서열이 일차원적인 정보밖에 파악할 수 없어서, 정확히 어떤 유전자가 어떤 질환에 관여하는지 밝히긴 힘들었다.
그러나 모핀은 인간 질환 관련 유전자 그룹 1500여개를 한번에 탐색해, 동물모델의 특정 유전자와 기능적으로 관련된 인간 유전자 그룹을 보여준다. 상세하고 입체적인 질병분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바이오 기술은 디바이스와도 융합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3D 프린터다. 현재 3D프린터는 전세계 보청기의 95%가 3D 프린터로 제작되고, 하루에 65만쌍의 치아 교정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의수와 의족 등에도 활용하고 있다. 3D 프린터로 두개골을 만드는가하면, 성형수술 보정기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3D프린터는 나아가 바이오 프린팅으로도 진화해 생체 재료를 잉크처럼 사용해 신체의 일부를 출력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바이오 프린팅의 작동원리는 종이에 잉크를 뿌려 글씨를 입히듯 살아있는 세포를 포함한 젤(gel)을 분사하는 방식이다. 이를 단층이 아니라 한층 한층 연결되게 쌓아 올리면 입체적인 조직이 완성된다. 세포는 이 형태대로 증식해 실질적인 인체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루이빌대학교 연구팀은 3D프린터를 이용해 심장에 필요한 관상동맥과 작은 혈관의 일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또 다른 연구진은 인간의 심장판막까지 만들어 냈다. 의료기기에도 바이오가 접목되며 더욱 편리하게 질병을 관리할 수 있게 돕고 있는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국내 기업과 공동으로 반도체 칩에 혈당측정 효소기술을 접목한 휴대용 혈당측정기를 개발했다. 이 혈당측정기는 단 한방울의 피만으로 혈당을 무려 1만번까지 측정할 수 있다.
제약 분야에는 유통과정에 ICT가 접목됐다. 전자태그(RFID)가 약에 부착돼 약이 만들어진 시기부터 유통경로까지 모두 추적할 수 있어 소비자가 더욱 안전하게 의약품을 소비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