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는 10일(현지시간) 베를린 주재 미국 중앙정보국(CIA) 최고 책임자를 전격 추방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추방 대상자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은 채 "미국대사관의 베를린 역장(station chief)에게 떠나라고 했다"고 밝혔다.
'역장'은 특정 국가에서 신분을 위장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CIA 비밀요원 가운데 최고 책임자를 가르키는 용어다.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연방검찰의 수사 결과 수개월 전 독일 내 미국 정보기관의 활동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며 추방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독일 정부가 이번 사안을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미국과 긴밀하고 신뢰성 있는 협력은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내 최대 우방인 미국에 대한 독일의 이같은 조치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70년 가까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양국 사이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을 방문한 유리랸케 몰도바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충분한 사실적 근거를 확보한 뒤 해야 할 일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양국이 정보기관의 역할에 대해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면서 동맹국을 상대로 한 스파이 행위는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동맹국 사이에는 확고한 믿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이와 관련 직접적인 논평을 하지 않은 채 양국 간 정보공조는 필수라는 입장을 밝혔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정보기관 관련 사안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면서 "양국 간 안보와 정보 관계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며 적절한 채널을 통해 독일 정부와 계속 접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독일 연방 검찰은 지난주 연방정보국(BND) 직원을 이중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
이 용의자는 2012년부터 2년 동안 218건의 기밀문서를 CIA에 넘기고 2만5000 유로를 대가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