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이 총 60경기를 치렀다. 이제 남은 경기는 4강전 2경기와 3ㆍ4위전, 결승전까지 4경기뿐이다.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브라질ㆍ독일 4강전)과 상파울루 코린치앙스(아르헨티나ㆍ네덜란드 4강전), 브라질리아 에스타디오 나시오날(3ㆍ4위전),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결승전)에서 각각 1경기씩 남겨뒀을 뿐 나머지 8개 경기장은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13일(한국시간) 개막전을 시작으로 12개 경기장에서 분산 개최된 브라질 월드컵은 수많은 명승부ㆍ명장면을 연출하며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다. 전 세계에서 모인 수만 명의 관중은 축구공 하나에 웃고 울고 열광했다.
세계 최대 규모 스포츠 이벤트답게 12개 월드컵 경기장은 위풍당당했다. 마나우스의 아레나 아마조니아는 밀집바구니 모양으로 눈길을 끌었고, 헤시피의 아레나 페르남부쿠는 복합문화 경기장으로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사후 활용이다. 브라질 월드컵 12개 경기장의 건설비는 3조6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기장 완공이 늦어지면서 서둘러 공사를 마치기 위해 당초보다 4배 이상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회만큼 월드컵 반대 시위가 격렬했던 대회도 없었다. 월드컵 기간 중에도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등 크고 작은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그럴 만도 하다. 예상보다 많은 예산이 12개 경기장에 투입되면서 12개 도시의 부동산 값이 폭등,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더 피폐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월드컵 일정을 전부 마친 경기장은 브라질 국민들에게 효자노릇을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브라질 자국 리그 경기장으로 활용될 예정이지만 매년 100억원 이상이 요구되는 관리비를 충당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10개 경기장 중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제외한 9개 월드컵 경기장은 전부 적자를 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구ㆍ인천ㆍ제주ㆍ울산ㆍ대전 월드컵 경기장 등은 해마다 수십억 원의 지자체 예산을 수혈하는 신세다.
혈세 먹는 경기장이 월드컵으로 끝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올해 개막하는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은 벌써부터 사후 활용을 놓고 논란이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이 폐막하는 시점인 10월 초부터 경기장 사후 활용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은 자연훼손을 최소화한 인공동굴 경기장으로 건설비와 운영비를 줄였고, 2012년 런던올림픽은 행사 후 해체나 모양 변경이 가능한 조립식 경기장으로 스포츠 빅 이벤트의 새 페러다임을 제시했다. 경기장 건설 전부터 사후 활용을 검토했다. 우리와는 시작부터가 달랐다.
스포츠 빅 이벤트는 결국 국민의 혈세다. 경기장 사후 활용에 국민이 중심이어야 하는 이유다. 월드컵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지만 성공적인 월드컵을 말하기엔 아직이다. 월드컵 폐막 후에도 전 세계인의 함성이 메아리친 12개 월드컵 경기장을 통해 월드컵의 의미와 성과가 재평가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월드컵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