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심 속에는 고층빌딩과 함께 산과 강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스카이라인 감상할 수 있는 곳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서울의 아름다운 속살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단언컨대 서대문구에 위치한 안산(鞍山)이다.
295.9m의 낮즈막한 높이의 안산은 조선의 건국 초부터 도성의 중심에 인접한 터라 이름도 다양하고 이에 얽힌 사연도 다양하다. 산의 모양이 길마와 같이 생겨서 길마재, 정상에 봉수대가 있어 봉우재, 조선시대에는 어머니의 산이라고 해서 모악산(母岳山)이라고도 불렀다. 지리상의 특성 탓인지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순간마다 안산이 많이 등장했다. 조선 건국 후 도읍을 천도할 때 정도전, 무학대사, 하륜 등이 궁궐터를 물색했는데 이 중 하륜이 안산을 주산으로, 현재 연세대를 비롯한 신촌 일대에 궁궐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던 터이기도 하며, 조선 인조 때인 1624년 이괄(李适)이 반란을 일으켜 전투를 벌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전쟁 때는 서울을 수복하기 위한 최후의 격전지로서 아픈 분단의 역사를 새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산은 다양한 출발점을 가지고 있는 이는 이 야트막한 산의 매력을 배가 시키고 있다. 독립문공원, 서대문구청, 연희숲속쉼터, 한성과학고, 금화터널 상부, 봉원사, 연세대학교 등에서 쉽게 숲길로 들어갈 수 있어 도심에서 접근성이 뛰어나다.
다소 날씨가 더웠던 지난 28일 오후 안산을 찾았다. 많은 출발 지점 중 나는 봉원사 길을 선택 했다. 봉원사를 지나 숲으로 향하니 시원한 바람이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주말이지만 그리 사람은 많지 않아 한적하고 좋았다. 초록 숲이 다 내 것이 된 듯하다. 숨 쉴 때마다 가슴이 매우 상쾌했다. 20분 정도에서부터 봉수대 오르는 길은 서울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야생의 모습이었다. 다만 이 구간이 조금 짧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갑자기 숲길에서 바위산으로 변했다. 바위중간 중간에는 경사를 버거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파이프 기둥과 밧줄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중간에 전망대에 올라 한숨을 돌린 다음 5분을 더 정상을 향해 치고 오르면 시야가 훤하게 열리는 정상이다.
봉수대에 오르면 서울시를 한눈에 담기에는 너무 벅차고 아름다운 관경이 펼쳐 진다. 남쪽으로 한강이 보이고 용산, 여의도, 목동 등 서울 남부 지역의 빌딩숲이 펼쳐진다. 동쪽으로 남산이 보이고, 명동과 종로의 빌딩숲 사이로 시원하게 뚫린 종로통으로는 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간다.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바로 앞에 서울성곽이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인왕산이 보인이고 멀리 뒤쪽에는 북한산 줄기가 흐릿하게 펼쳐진다.
안산의 꼭데기에 자리한 봉수대는 서울시 기념물 제13호로 함경도와 평안도의 경보(警報)를 서울 남산에 알리는 마지막 봉화였다. 지금은 360도 전망을 자랑하는 서울 최고의 조망대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안산의 자랑거리 2013년 11월에 개통된 자락길이 있다. 총길이가 7km로, 계속 걷다 보면 다시 출발한 곳으로 돌아온다. 보행용 데크가 잘 설치되어 있어 보행약자도 편하게 산책할 수 있다. 이 자락길을 통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서울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 아카시아나무 잣나무 가문비나무 등으로 숲은 꽤 울창하고 싶으며, 흔들바위 너와집쉼터 북카페 숲속무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