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철
고현철 전 대법관이 약식기소됐다. 대법관 시절 자신이 판결을 내렸던 행정 소송과 관련된 사건을 변호사로서 수임했기 때문이다.
서울고검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한 고 전 대법관에 대해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고현철 전 대법관은 대법관 시절인 2004년 LG전자의 사내 비리를 감찰팀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정모씨의 부당해고 구제 소송의 상고심을 맡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상고이유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고현철 전 대법관은 2009년 퇴임해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정씨가 제기한 해고 무효소송에서 상대방인 LG측의 법률 대리를 맡아 논란이 됐다. 변호사법에 따라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은 수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씨는 부당한 사건 수임이라고 반발하며 고현철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고현철 전 대법관이 주심 법관이 아니어서 종전의 사건의 심리에 실제 관여하지 않았고, 이 사건과 서로 다른 별개의 사건을 수임한 것이어서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정씨는 이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서울고검은 유사 사례에 대한 판례 및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한 결과 고 전 대법관이 수임한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동일한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고 전 대법관이 사건 수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 기존 동종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 등을 고려해 고 전 대법관을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했다.
이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도 징계위원회를 열어 고 전 대법관에 대한 징계 여부를 곧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한변협은 지난 3월 고 전 대법관에 대해 징계개시 청구를 하고 징계 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