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음악으로 세상을 잇다

입력 2014-06-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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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매화 비영리사단법인 이노비(EnoB) 협력이사

음악처럼 사람의 마음을 쉽게 열어주는 도구가 또 있을까? 때로는 긴 말보다도 아름다운 한 자락의 선율이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또는 흥겹게 해주는 도구가 된다. 영화 ‘미션’에서는 한 선교사가 말이 통하지 않는 원주민들에게 들려준 오보에 연주가 원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뉴욕에서 지냈던 몇 년 전, 음악의 힘을 느낀 또 한번의 경험이 있었다. 뉴욕에서 한국인들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이노비(EnoB)를 만났을 때였다.

그들은 세상의 소외된 이들에게 찾아가 음악을 들려주는 단체였다. 주로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이유 등으로 좋은 공연을 접할 수 없는 이들을 찾아가 재능기부로 음악회를 열어주고 있었다. 나는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이브 음악회에 처음으로 함께 참여했다. 음악에는 재능이 없는 터라 그저 자리를 안내하고 순서지를 나눠주는 등 사소한 일들을 도왔지만 그 경험만으로도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족들도 찾지 않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외롭게 보내고 있는 노인들의 얼굴에 밝은 미소와 함께 진정한 위로의 숨결이 표정 속으로 떠오르는 것을 경험했다.

그간 누구를 위한 자선음악회나 재능 기부음악회를 연다고 하면 음악회의 수익금을 통해 누군가에게 물질적인 것들을 제공하는 방식만을 보아 온 나로서는 이러한 경험이 신선하면서도 새로운 체험이기도 했다.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노인들, 병원 안의 환자들, 몸이 불편한 이들 모두, 누구든 나처럼 음악을 즐기고, 필요로 하고, 오히려 더욱 제약된 상황 속의 이들에게는 음악이 소중하고 간절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나의 경험을 통해 나는 타인을 돕고 싶은 따뜻한 작은 마음을 지니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 방법을 몰라 선뜻 누군가를 돕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그들과 함께 음악을 듣고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달라고. 단순할지도 모르는 그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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