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및 내분사태에 연루된 KB금융 수뇌부 제재 결정이 다음달로 연기됐다. 중징계가 예고된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징계수위가 조절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 수뇌부를 비롯한 220여명의 전ㆍ현직 금융권 수뇌부의 제재 양형을 논의했으나 진술인들의 적극적인 소명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총 15건 대상 중 KB금융지주, KB국민은행 등에 관한 9건의 주요 결정을 순연했다. 금감원은 다음달 3일에 다시 심의할 예정이다.
이날 제재심의위에 참석한 임 회장과 이 행장은 당국의 중징계 통보에 대해 적극 소명했다. 두 수장은 2시간 넘게 징계 수위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며 당국의 선처를 구했다.
제재심의위에 참석해 소명을 마친 임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임직원들이 가슴아픈 처벌을 받아서 거리에 나가거나 이런 일이 없도록 최대한 선처를 해달라고 제재위원들한데 당부를 드렸다”며 “제재위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임 회장과 이 행장은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내부통제 부실로 각각 중징계를 사전 통보를 받았다. 임 회장은 국민은행 고객 정보 대량 유출, 이 행장은 도쿄지점 부실 대출비리 등도 얽혀 있어 징계 수위가 낮아지기는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수현 원장도 최근 열린 공식 행사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것”란 발언을 거듭하며 일벌백계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금감원의 중징계 의지에도 불구하고 결정이 미뤄진것은 두 수장의 적극적인 소명 이외에도 금융위원회란 변수가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제재심의위에는 이례적으로 금융위 과장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강경 입장과 다소 다른 기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금감원이 진술인들에게 소명기회를 충분히 주려는 것일 뿐 당초 결정된 징계 수위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KB 수뇌부들이 직접 소명에 나서 심의시간이 부족했다”며 “당초 중징계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1억 건이 넘는 고객정보유출 사건을 일으킨 국민카드와 롯데카드, 농협 카드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 심의도 연기됐다. 논란이 됐던 ING 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건과 우리은행의 CJ차명계좌 연루 건 역시 다음 달로 심의가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