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다른 사람의 혈액을 받는 것을 거부한 환자가 수술 중 숨졌다면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26일 확정했다.
이씨는 대학병원 정형외과 의사로 2007년 A씨(당시 62세)에게 인공 고관절 수술을 하면서 출혈이 심한데도 수혈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A씨는 1974년 결핵성 관절염으로 한차례 수술을 받은 뒤 운동장애를 겪어 다른 병원들에 무수혈 방식의 수술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이씨는 다른 병원 3곳에서 수술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듣었지만 무수혈 방식의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 A씨를 수술했다.
수술 전 A씨는 무의식이 되더라도 수혈을 원하지 않고, 피해가 발생해도 병원에 어떤 민형사상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
수술 중 출혈이 심하자 이씨는 가족들에게 수혈 의사를 다시 확인했지만 의견이 엇갈리면서 수혈 시점을 놓쳤다. 결국 A씨는 사망했다.
1·2심 재판부는 환자가 종교적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무수혈 수술을 선택했다면 헌법상 허용되는 자기결정권에 따른 것으로 해당 의사를 처벌할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