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보상위원회를 통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측의 보상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5일 열린 반올림과의 3차 대화에서 보상 대상 및 규모 등을 논의할 ‘보상위원회(이하 보상위)’ 설립을 제안했다. 삼성 측은 우선 대화에 참여한 발병자와 그 가족 등 8명에게 보상하고, 이후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직 삼성전자와 반올림 간 합의안은 도출되지 않았지만, 2주 마다 대화를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양측에서 2인 이상 참여하는 실무협의를 수시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문제 해결에 진전을 보였다.
양측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3시간 30분 동안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3차 대화를 진행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2차 대화가 삼성과 반올림 간 논의의 물꼬를 텄다면, 이날 열린 대화에서는 보상 건 등 실질적 대책에 대한 교감이 이뤄졌다.
이날 3차 대화의 요점은 보상을 최우선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반올림 측과의 비공개 대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가족들의 아픔을 조기에 덜어드리기 위해 보상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반올림 측에) 얘기했다”면서 “합당한 보상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보상 대상과 기준을 선정하기 어려운 만큼 (보상위 같은) 공신력 있는 기구를 통해 발병 기준과 보상 대상 및 수준 등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백 전무는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회사가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반올림 측에) 직업병 예방활동과 퇴직자 지원제도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만약 이런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제3의 기관을 통해 종합진단을 실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반올림 측은 이날 삼성전자의 제안에 대해 즉답을 하지 않았다. 반올림 측으로 대화에 나선 황상기씨는 “(보상위 설치 등) 삼성전자 측의 제안에 대해 반올림 내부에서 논의한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소송 취하와 관련해서는 반올림과의 온도차가 여전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반올림과의 2차 대화 이후 반올림과 가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이와 관련, 백 전무는 “4개의 고소 건 가운데 이달 9일에 2건, 23일에 1건의 고소를 취하했다”며 “나머지 1건은 이미 종결된 사건인 만큼 법률적으로 고소를 취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반올림 측은 이번 직업병 논란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 대한 고소 취하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번 직업병 논란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3차 대화에는 삼성전자 측 6명, 반올림 측에서 10명이 각각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