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은행장들의 자리욕심

입력 2014-06-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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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입니다. 지난 11일 “그의 역사관이 의심된다”는 KBS의 첫 보도 후 일제 식민사관에 근거한 그의 민족관·역사관, 그리고 자존감에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급기야 문 후보자와 관련해 역시 공중파 매체인 MBC가 긴급 대담을 편성하고 매우 이례적으로 장시간 그의 교회 강연 전체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그 만큼 한시간 분량의 그의 강연을 놓고 과연 친일이냐 아니냐는 여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는 만큼 문 후보자를 옹호하는 집단의 반론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일부는 폐쇄적인 종교 집단 내부에서 한 발언이라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종교적인 울타리 안에서 공통된 집단의식을 갖고 하나님을 숭배하는 민족관과 역사관을 발언 한 게 무슨 잘못이 있냐는 것입니다. 이에 언론에 노출된 동영상은 왜곡되고 편집된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도 합니다. 문 후보자를 인사 청문회에서 제대로 검증해보자는 식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명확한 오점이 있습니다. 어렵게 그들의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문 후보자의 인생 철학에서 신뢰는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종교적 울타리 안에서의 모습과 밖에서 모습이 다르다면 그는 분명 어느 한 곳에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니까요.

청와대는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에 대한 재가를 미루고 있습니다. 이에 정치권과 언론, 여론은 사실상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연일 조석(朝夕)으로 청문회 준비를 열심히 하겠다며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제는 대통령과 문 후보자가 마치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어처구니없는 모양새까지 갖추게 됐습니다.

본질적인 차이가 분명 존재하지만 금융권에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금융당국 간의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어처구니 없는 모양새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고, 이슈가 되기도 합니다. 대게 이런 경우는 문 후보자 사례처럼 자리문제입니다.

가장 최근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징계를 받은 은행장이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고, 현직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기이한 결과가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 통상 자리를 털고 물러나는 게 관례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규정에는 중징계를 통보 받더라도 차기에는 행장을 할 수 없지만 지금은 직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 행장은 이례적으로 다소 무리가 있는 이 징계 해석을 현실화 했습니다.

금감원 이런 김 행장이 눈에 가시인 듯 내달 사기대출 연루 등 은행의 다른 잘못을 꼬집어 압박의 강도를 높힌다는 계획입니다. 오는 26일에는 KB금융그룹 경영진에 대한 징계가 이뤄집니다. 앞서 금감원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하면서 사실상 사퇴 압박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순순히 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임기는 2년가량 남아 있는 상황에서 거취 문제는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래서 일까요. 최근 KB금융은 금감원에 징계를 앞두고 소명 준비 기간이 짧다며 제재심의위원회를 늦춰줄 것을 공식 요청했지만 보기좋게 거절당했습니다. 최대한 소명해서 징계 수위를 낮출 목적에 왜 제재심의위가 열리는지 배경을 잊은 듯 합니다. 문 후보자는 하루종일 인사 청문회 준비로 여론동향을 살필 시간이 없다고 했습니다. KB금융도 최근 소명자료라는 변명에만 메달리기에 따가운 시선을 잊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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