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예능'의 그림자 [최두선의 나비효과]

입력 2014-06-12 10:51 수정 2014-06-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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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출연하고 인기를 얻은 연예인의 자녀들은 이미 연예인의 지위를 누린다. 아이들은 스스로 판단해서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방송에 데리고 나오는 연예인들은 사실 대단히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대 사회학과 최항섭 교수는 ‘방송작가’에 기고한‘공적(公敵)의 위험:넘쳐나는 연예인 가족들’이라는 글을 통해 육아 예능의 위험성을 꼬집었다. 바야흐로 육아 예능 전성시대인 지금, ‘아빠! 어디가?’의 후, 민율, 세윤과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사랑, 하루 등은 이미 ‘유명한 연예인’이다. 즉 대중의 사랑을 받는 동시에 그들의 비판을 수용해야 하는 책임 있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여기서 아이들의 ‘어린 나이’는 많은 변수를 가진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인기와 명예, 비판을 의연하게 감수하기엔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았다. 부모라는 울타리에 의지하기에 이들의 인생은 너무 길고, 방송의 파급력은 심히 놀랍다.

배우 김정태는 15일 방송을 끝으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하차한다. 6.4 지방선거 유세현장에 아들 ‘야꿍이’(김지후)와 함께 참석한 것이 화근이 됐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를 선거 유세에 개입시켰다는 비난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앞서 아일랜드 리조트의 공사대금 문제로 ‘오! 마이 베이비’에서 하차한 샤크라 출신 멤버 이은, ‘일베’ 용어 사용 논란으로 ‘아빠! 어디가?’에서 하차한 김진표, 이들의 하차는 자녀들의 문제로 세습된다.

김정태의 아들 야꿍이는 물론이고, 이은의 세 딸, 김진표의 딸 규원은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중의 관심을 받았고, 또 소외와 비판을 받았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부담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육아’란 소재를 놓을 수 없는 방송사와 자신의 인기를 아이와 함께 누리며 기회를 주고 싶었던 부모의 욕심은 아이들에게 ‘독(毒)’이 될 수 있다. 대중의 비난과 사생활 공개, 정체성 혼란이라는 무거운 짐을 스스로의 선택과 판단 없이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해결책은 결국 연예인 부모에게 있다. 후의 아버지 윤민수는 ‘아빠! 어디가?’ 방송 초반 “후에게 방송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아이들이 큰 인기로 인해 얻을 부작용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것은 결국 그들의 출연을 결정한 연예인 부모의 몫이다. 한 때 윤후의 안티카페가 생겼을 정도로 몰지각한 사회 속에서 연예인 부모의 세심한 배려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방송의 힘은 실로 놀랍다. 연예인들의 자질 논란은 항상 있었지만 육아 예능은 아이들이 연관돼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다. 유아 관찰예능이 주말 황금시간대 대세 예능으로 떠오른 지금 아이들이 받을 부정적인 대중의 반응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다. 육아 예능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날 것’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엄청난 관심을 유발한다. 대중의 관심은 양날의 검이다. 이 날카로운 검에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신중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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