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공공입찰 담합에 칼끝을 겨누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림산업과 성지건설의 짬짜미를 추가로 잡아냈다. 하지만 과징금 40억여원을 부과했을 뿐 올해 들어 내려진 다른 제재조치와 달리 검찰고발 조치가 포함되지 않아 ‘솜방망이’라는 뒷맛을 남겼다.
공정위는 지난 2009년 환경관리공단이 발주한 경기도 이천시 공공 하수도 사업 입찰에 참여하면서 담합행위를 한 대림산업과 성지건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0억4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두 업체의 합의로 성지건설이 ‘들러리 입찰’을 한 결과 대림산업은 예정가 509억원에 달하는 이 공사를 투찰율 95%(483억7800만원)에 낙찰받을 수 있었다. 통상 공공발주공사 투찰율이 80% 중후반대에서 형성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결과적으로 두 업체가 이번 건의 담합으로만 약 25억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를 부당하게 편취한 셈이다.
이번 건에서 눈에 띄는 점은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검찰고발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담합은 그 차제로 국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큰 중대한 경제범죄로 취급된다. 공정위는 담합행위 적발히 엄격한 제재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수 차례 밝혀 왔으며 노대래 공정위원장도 “담합이 적발되면 기업이 망한다는 인식을 가지는 게 좋다”는 엄중한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사실상 과징금은 이후 조정과정을 거쳐 삭감되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이번 담합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조치가 기존에 말해온 ‘엄중한 조치’인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는 공사금액 규모가 크지 않고 관련업체 수가 적기 때문에 행정제재만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 4월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인천 운북하수처리장 증설공사 담합사건에서 관련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 해당사건의 공사금액과 과징금규모는 이번 사건보다도 적었으며 관련업체도 2개로 같았다. 유사한 지난달 대구하수처리장 담합 제재에서도 검찰고발이 뒤따랐으며 회사 한 곳당 411만원에 불과한 과징금을 부과했던 인조잔디공사 담합 적발 당시에도 공정위는 모든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별로 조치가 다른 것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담당자의 재량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사건들의 경우 카르텔조사국 내의 공공입찰담합과에서 처리한 사건인 반면 이번 사건은 카르텔총괄과에서 처리했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비슷한 사건을 두고 부서마다, 담당자마다 담합근절의지가 차이를 보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공정위의 고발기준에 원칙이 없어 대외적 불신을 야기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공정위 해당부서는 고발결정의 기준이 되는 고발점수 공개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