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휴대폰 출고가 인하경쟁의 교훈 -선년규 미래산업부장

입력 2014-05-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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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출고가 인하 경쟁이 정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KT가 자사 전용 모델을 중심으로 촉발한 출고가 인하 경쟁은 최신 폰인 ‘갤럭시S5’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단말기가 대상이 됐을 정도다. 그야말로 ‘확 풀린’ 느낌이다.

26일 현재 통신사별로 KT가 15종, SK텔레콤 11종, LG유플러스가 8종의 단말기 출고가를 내렸다. 제조사별로는 삼성전자 9종, LG전자 5종, 팬택 2종 등 총 16종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회나 소비자단체 등이 단말기 가격 인하를 요구했을 때는 돌부처이던 이통사나 제조사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통사들은 제조사와 협의를 통해 출고가 인하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이른바 ‘출고가 인하 대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통 3사는 지난 19일까지 순차 적용 방식을 통해 모두 68일간 역대 최장의 영업정지를 당했다. 불법 보조금 과다 경쟁이 자초한 것이었다. 이에 보조금 지급 대신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출고가 인하 정책이었고, 이를 통해 침체된 시장을 달궈보자는 속내가 담겨있다.

출고가 인하는 이용자들에게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야 혜택이 더 컸던 보조금보다, 경제적 이익이 많다. 그동안 최신 단말기는 ‘1000원 빠진 100만원’ 식으로 출고가가 정해졌다. 최신 폰을 내놓으면서 “기술력의 결정체”라는 자찬을 앞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출고가가 낮아지면서 이제는 “20만원대 스마트폰이 대부분”이라고 이통사 스스로 자랑하고 있다. 그러면 지금까지 왜 그렇게 비싸게 받아왔나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번 출고가 인하로 그간 통신사·제조사간 ‘출고가 담합’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제조사들이 곧 내놓을 신제품의 출고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전자가 이달 28일 ‘LG G3’를 내놓고, 하반기 삼성전자가 ‘갤럭시S5프라임’과 ‘갤럭시노트4’를, 애플도 ‘아이폰6’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유통구조의 속살이 드러난 이상, 막대한 보조금을 전제로 하는 고가 출고가 전략은 이제 시장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 휴대폰 보급이 전체 국민의 110%를 넘어선 포화시장에서 출고가를 고가로 유지하는 마케팅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통신사나 제조사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0월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된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반신 반의하는 시선이 많지만, 정부에선 이 법이 실시되면 이통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이 법의 시행을 앞두고 불법 보조금이 판을 친다는 소식은 여전하다. 당장 통신3사 영업재개 4일 만인 지난 23일 이른바 ‘5·23대란’이 벌어졌다는 소식이다. 특정 단말기에 보조금과 혜택을 합쳐 최대 124만원이 지급됐다는 소문도 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되면 이런 불편한 보조금 과다 지급 경쟁은 사라질 분위기다. 단말기 공급과 판매 과정의 일부 정보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로 이통사와 제조사는 움직일 공간이 좀 더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단말기 제조사들은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한 마케팅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고 하고, 통신사로선 영업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각종 규제로 기업 활동을 묶어 놓는 게 시장의 안정화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에 따른 기업의 경쟁력 저하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염두에 없는 듯하다.

공정경쟁은 깨끗한 시장을 의미한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먼저 실현돼야 한다. 그렇다고 각종 규제를 만드는 것이 공정경쟁의 전제조건은 아니다.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사례를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통신사와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단말기 출고가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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