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합병…이해진-김범수, '동지'에서 '라이벌'로

입력 2014-05-26 09:24 수정 2014-05-2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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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김범수 의장(왼쪽)과 네이버 이해진 의장
국내 모바일 메신저 1위 카카오톡이 포털 다음과 합병을 발표한 가운데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톡 의장의 치열한 한판 승부가 예고되면서 또 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둘의 인연은 2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은 모두 서울대 86학번으로 삼성 SDS에 입사해 이후 네이버란 ‘거대 IT 공룡’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이후 김 의장은 네이버를 떠났고, 몇년간 사업 실패를 경험했다.

이 때문에 과거 창업 동지였던 김 의장과 이 의장이 새로운 개척 시장인 모바일을 두고 정면승부를 펼친다는 점은 더욱 흥미를 끈다. 특히 이 싸움에 카카오가 다음이라는 우군을 등에 업은 점에서 그간 누구도 넘지 못했던 네이버를 뛰어 넘는 또 다른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모으고 있다.

이해진 의장은 1967년생, 김범수 의장은 1966년생이다. 김 의장이 한 살더 많지만, 재수를 한 탓에 둘은 서울대 시절을 함께 보낸다. 이 의장은 컴퓨터공학과, 김 의장은 산업공학과에 1986년 나란히 입학해 1990년 함께 졸업했다.

이후 이 의장은 카이스트, 김 의장은 서울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운명적이게도 두 사람은 1992년 삼성SDS에 입사했지만 김 의장이 1998년 게임포털 ‘한게임’으로 먼저 창업을 선택했다. 1년 뒤인 1999년 이 의장 역시 검색포털 ‘네이버’로 새로운 길을 택한다.

각자의 길을 걷던 두 사람은 한게임과 네이버를 2000년 합병해 NHN을 탄생시킨다. ‘신의 한수’라 불리는 이 합병으로 네이버는 당시 포털 검색 시장 1위인 다음과 프리챌 등 잘나가던 기업들을 물리친고 왕좌를 차지한다.

하지만 2007년 김범수 의장이 NHN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두 사람의 길었던 동지 관계는 끝났다.

김 의장이 떠난 NHN을 이 의장은 더욱 성장시키며 승승장구 한다.

국내를 떠나 칼날을 갈던 김 의장은 귀국과 함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내놓는다. 이후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로 불리며 카카오게임 등 모바일 전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돌아온 김 의장과 이 의장의 숙명의 라이벌 전은 이맘 때부터 시작된다. 모바일 시장을 내준 네이버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라인’을 출시했지만, 이미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당한 네이버는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카카오톡을 넘지 못했다.

네이버는 대신 글로벌 시장에 대한 공략에 적극 나서며, 글로벌 시장 영향력과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하며 카카오를 견제했다.

이 의장이 김 의장의 카카오를 위협한 것과는 달리, 김 의장은 네이버의 텃밭인 PC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었다. 옛 동지라는 점과 이미 거대 공룡이 되어 버린 네이버를 혼자 상대하기는 버거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카카오톡 PC버전도 불과 1년전 출시했을 뿐더러, PC와 관련된 사업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하지만 네이버의 전방위적 압박에 김 의장은 카카오톡에 대한 승부수를 띄워야만 했다. 최근 모바일 라인과 밴드까지 카카오가 선점한 시장에 네이버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카카오톡을 통한 수익 창출에 한계점이 왔다는 판단과 혼자만의 싸움은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이번 합병에 중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다음 역시 카카오톡과 함께 잃어버린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한 ‘복수전’을 준비하자는 의견을 함께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가총액 25조원의 ‘골리앗’ 네이버에, 카카오톡과 다음의 ‘다윗’ 연합군이 견고한 네이버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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