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허 대표는 CEO 메시지 게시판에 ‘경영현안 공유 및 리마인드’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허 대표는 “롯데가 작년까지만 해도 올리브영의 매출이 높은 사이트를 골라 근접 출점했지만, 출점한 매장마다 기대 수준의 매출을 얻지 못하자 올해부터는 건물주들을 부추겨 아예 우리 거점 매장들을 빼내는 참으로 ‘롯데스러운 행동’을 보이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상도의에 어긋난 행동에도) 긴장을 늦추지 말고 열심히 하자”고 당부했다.
허 대표가 전 직원의 경영 마인드를 다잡고 나선 것은 몇 주 전 한 올리브영 점주가 게시판에 올린 글이 결정적 촉매제가 됐다. 이 점주는 “롭스가 올리브영이 입점된 건물주에게 올리브영과의 계약을 파기하거나, 혹은 재계약을 하지 않고 롭스와 계약하자고 종용하고 있다”며 매장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허 대표는 올해 CJ올리브영의 제2 도약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내실을 다져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은 CJ올리브영이 1999년 11월 서울 신사동에 올리브영 1호점을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점포수 기준 1위 업체지만, 작년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하면서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영업손실액은 31억원에 달했다. 2위 업체 GS왓슨스도 2012년 2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작년 99억원으로 적자폭을 키웠다.
이는 경기침체에 따른 영향과 더불어 후발업체들의 참여가 잇따르면서 출혈경쟁이 일고 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드러그스토어 시장에는 2004년 코오롱웰케어 ‘W스토어’, 2005년 GS리테일 ‘GS왓슨스’, 2010년 농심 메가마트 ‘판도라’, 2012년 이마트 ‘분스’, 2013년 롯데쇼핑 ‘롭스’ 등이 연이어 진입했다.
올리브영과 왓슨스의 시장점유율은 합치면 시장의 80%를 상회한다. 선두업체들이 적자를 내면서 분스를 비롯한 일부 후발업체들은 출점을 중단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등 레드오션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롭스는 작년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뛰어들면서 업계 1위 올리브영과 계속 갈등을 겪어 왔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후발주자 롭스는 올리브영 매장 바로 근처에 매장을 내는 일이 많아 갈등의 골이 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최근에는 롭스가 매장을 뺏으려는 행동까지 하면서 점주들이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 측은 답변을 회피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드러그스토어 사업은 형식상 롯데슈퍼 소속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