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심각한 부진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6일 발표한 ‘2013년도 국내의약품 생산실적’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시장규모는 직전년도 대비 2011년 -0.94%, 2012년 0.32% 성장한 데 이어 2013년에도 0.57% 성장하는데 그쳤다.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19조3365억원으로 9983억달러(1022조원)에 이르는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이 1.8%에 불과해 여전히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토종 제약사들의 생산규모가 최초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신약과 개량신약의 생산이 크게 늘었다.
가장 많은 생산액을 기록한 신약은 보령제약의 ‘카나브정’으로 358억원을 기록했다. 일양약품 ‘놀텍정’과 LG생명과학 ‘제미글로정’의 생산액은 각각 389%, 164% 증가했다.
개량신약도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개량신약의 지난해 생산액은 1769억원으로, 2012년 1282억원에 비해 38% 급증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지난 한해 동안만 19개 품목이 새로 허가돼 품목 수가 총 39개로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이 중 한미약품 ‘아모잘탄정’의 생산액은 809억원으로 2년 연속 생산실적 1위를 차지했다. 의료기술 발달에 따라 희귀약품 생산액도 124% 증가했다.
수출은 3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액은 21억1729만4000달러로 전년 대비 겨우 1.9% 성장했다. 2011년 14.8%, 2012년 17.5% 성장에 비하면 급작스런 부진이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수출진흥부 최용희 차장은 “환율 하락과 상대국의 의약품 수입 허가가 미뤄지는 현상이 다년간 누적되면서 수출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일본의 엔화 가치가 많이 하락해 수출에 타격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지역 별로는 아시아와 동남아시아권의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태국에 대한 수출 비율은 직전년도와 비교해 21.90% 줄었고, 대만은 -20.45%, 베트남은 -12.13%를 기록했다. 일본은 0.03% 오른 데 그쳤다.
반면 미주, 유럽에 수출하는 비율은 늘었다. 아일랜드에 대한 수출 비율은 192.96% 급증했고, 독일도 8.19% 증가했다. 미국과 브라질에 대한 수출도 각각 23.54%, 7.32% 올랐다.
중동 지역은 이란에 수출하는 비중이 44.42% 늘어났지만, 터키와 파키스탄에서 각각 16.89%, 11.29% 하락하며 수출신장 효과를 상쇄시켰다. 인도네시아와 홍콩은 각각 31.44%, 25.54%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수출 역시 전년 대비 7.6% 성장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규모가 1조 위안(약 170조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시장에서의 국내 의약품 비중은 0.14%에 그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의약품 허가가 까다로운 만큼 정부가 중국 시장 공략에 직접 나서 국내 의약품시장의 내수 부진을 타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