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집중 치료를 받으면서 최근 삼성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사업구조 재편 등의 경영전략 차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의 의사결정 구조가 분업화된 시스템 구조로 되어 있어 이 회장의 현장 공백이 경영 차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삼성 안팎의 시각이다.
이 회장이 10일 밤 순천향대학교 병원 응급실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후송되면서 삼성가는 물론 삼성의 고위 경영진은 긴박한 시간을 보냈다. 이 회장이 스텐트 시술, 저체온증 치료를 받을 때까지 아내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첫째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줄곧 자리를 지켰다. 삼성서울병원으로 후송된 후에는 둘째 딸인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과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이 현장을 찾았다.
병원에서 최 부회장은 이 회장의 주치의인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과 면담하는 등 상황을 파악했고, 11일 오후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 회장을 접견한 후 삼성 서초사옥으로 돌아가 미래전략실 팀원들과 함께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주요 임원진 역시 아침부터 삼성서울병원에 대기했다. 최근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선임된 이준 팀장(전무), 커뮤니케이션팀 노승만 전무가 현장에서 진행 상황을 수시 체크했다.
한국에서 이 회장에 대한 치료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출장 중이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오전 11시 30분경에 김포공항을 통해 급히 귀국했다. 지난 1일 삼성전자 신종균 IM부문 사장과 약 2주간의 일정으로 출장 길에 올랐으나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병원을 찾은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을 접견해 상태를 확인한 뒤 업무 차 회사로 복귀했다. 이 회장의 부재에 따른 대책 마련을 하는 것과 동시에 현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건강 악화로 일각에서는 삼성의 ‘비상경영 체제’ 돌입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 내부는 긴장감이 감도는 속에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룹 사업재편 등 최근 큰 변화를 추진하던 중에 발생한 이 회장의 건강악화는 자칫 ‘새틀짜기’가 늦춰지는 부정적 요인을 줄 수도 있지만, 삼성 관계자들은 “삼성의 경영환경과 경영전략 추진에는 이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계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미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상당 부분 경영에 관여하며 진두지휘를 하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내부적인 경영 공백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회장의 상징성이 워낙 확고한 만큼, 외부에서 우려하는 시선은 있을 수 있지만 길지 않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실제 이 회장 입원 이후 월요일을 맞이한 삼성 주요 계열사도 업무환경에 별 다른 변화가 없고,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박동진 사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천안 사업장으로 출근했다”며 “비상경영 얘기가 나온다고 하지만 업무가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기 관계자 역시 “최치준 사장은 주말에 개인적인 업무를 보기 위해 회사에 출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회장 입원 후) 평소와 분위기는 같다”고 전했다.